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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16. 2024

아이 방귀를 손에 잡은 날

일곱 살 아이를 아침에 깨우는 법

  엄마를 닮아 잠이 많은 일곱 살 꿍이는 아침마다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일어나라고 깨우는 소리에 꿈쩍도 않는 것은 당연하고, 살살 흔들어 깨우면 잠시 눈을 떴다가 금방 잠이 들고, 품에 안고 서면 미꾸라지처럼 침대로 도로 폭 내려간다. 

  일어날 시간이야.

  엄마, 나가. 내가 혼자서 일어날게.

  그래놓고서는, 엄지손가락을 입술 위 인중에 대고 다시 잠에 빠져든다. 심심하거나 졸리거나 멍하게 있을 때, 혹은 피곤하고 짜증 나는 마음을 가라앉힐 때 자동으로 나오는 자세다.


  일어나야지. 벌써 7시 30분이야. 유치원 버스 타고 가려면 일어나서 준비해야지.

  혼자 일어나겠다고 방금 말해놓고서 또 금방 잠이 들었다. 꿈쩍도 안 한다. 할 수 없다.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식탁으로 향했다. 꿍이는 품 속에 포옥 안겨 잠들어 있다. 이 녀석, 언제쯤이면 스스로 일어날까. 아이를 안고 살살 흔들어 깨운다.


  그 순간, 꿍이 엉덩이를 받친 손에 미세한 떨림이 전해진다.

  뿌부북.

  이건 아이의 방귀소리! 방귀도 아이를 닮아 보송하고 귀엽기만 하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한 손에 주먹을 쥐고는 꿍이 얼굴 앞에 가져갔다. 


  꿍이야, 엄마가 꿍이 방귀를 잡았어. 이거 꿍이 거니까 다시 줄게.

  꿍이는 엄마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서 저쪽에 대고 손을 펴라고 한다. 자기한테 방귀를 돌려줄까 봐 겁이 난 표정이다. 내 주먹 속에 자기 방귀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거 꿍이 거야. 돌려줄게. 얼른 받아.

  아니야, 엄마. 얼른 손 펴. 빨리 펴.

  꿍이는 방귀를 어서 공기 중에 흩어버리고 싶은 것 같다. 몇 번 더 꿍이에게 주겠다고 손을 가져가니 질색을 한다. 팔을 저쪽으로 쭉 뻗어서 주먹 쥔 손을 폈더니 그제야 안심한 듯 꿍이가 배시시 웃는다.

  이제 엄마 손에 방귀 없지? 히힛.


  꿍이 방귀 덕분에 오늘 아침에는 웃으며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깨워야 할까?

  꿍이야, 몇 살 되면 스스로 기분 좋게 일어나서 밥 먹으러 올 거야?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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