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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15. 2024

열 살의 내가 마흔 살의 나에게

김지혜,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문장을 읽고

어린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 김지혜,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중에서


  나는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동안 배운 것도 많고 생각도 깊어진 것 같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으면서도 피터팬처럼 계속 어린이로 머물러 있고 싶기도 하다. 어른이 되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은데 돈을 벌어야 하니까 힘들 것 같다.

  내가 마흔 살이 되면 어떨지 상상해 본다. 세상에. 마흔 살이라니. 잘 모르겠다. 그때는 벌써 결혼을 했을 테고, 아이도 있을 테고. 오 마이 갓. 내가 결혼을 했다니.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했을까?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나를 닮았을까? 아이를 낳으면 나는 절대절대 화를 내지 않고 잘해줄 거다! 엄청 예뻐해 주고 인형도 많이 사줄 거다. 실은 나도 인형을 많이 갖고 싶다. 나한테는 어릴 때부터 가지고 논 바비 인형이 하나 있는데,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몇 년 동안 가지고 놀았더니 얼굴에 꼬질꼬질 때가 서 수시로 닦아주고 있다. 그래도 공주님 인형인데 지저분하게 있으면 안 된다.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우리 담임선생님처럼 선생님이 돼 보는 건 어떨까? 자, 여러분. 여기 보세요. 이건 무엇일까요?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니 꽤 근사하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러 가지 지식들을 알려주는 건 멋진 일인 것 같다. 직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사실 꼭 하고 싶은 건 없다. 나중에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겠지? 어쨌든 엄청 좋아하고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서 살아가는 건 좋기도 하지만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옷도 빨아야 하고, 밥도 해줘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밖에 나가서 일도 해야 한다. 나는 계속 놀고 싶은데. 전에는 흙장난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동생이랑 소꿉놀이도 했는데, 올해 부산으로 이사 오고 나서부터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전학을 오니까 친구들도 낯설고 학교에 적응하느라 힘이 든다. 지금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적지만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지 않을까.



  마흔 살이 된 내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마흔 살이면 우리 엄마 나이랑 비슷한데. 나는 자꾸 엄마를 화나게 만든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억울하고 속상하다. 어쩔 때는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아서 서운하고 슬프다. 혼나서 속상해지면 나도 삐쳐서 방에 들어가 버린다. 밥도 안 먹고 내 방에 가만히 들어가 있으면 엄마가 와서 달래준다. 한참 그러고 있다가 마음이 풀리면 못 이기는 척 기분을 푼다. 나도 엄마 기분을 좋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근데 자꾸 실수를 한다. 그래서 속상해진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아이가 실수해도 혼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해줄 거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나도 더 이상 엄마 마음을 속상하게 하지 않는 멋진 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 많이 웃고 신나게 놀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가족들에게 포근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런 어른이 되어서 지금의 나를 떠올리면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 살의 나로 돌아가려니 글이 써지지 않고 어렵다. 열 살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어서 어렸을 때의 나를 떠올려보면서 내가 바랐던 어른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그 모습이 비슷한지, 많이 다른지 생각해 본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 닮아가려고 조금 더 노력해 보고 싶어진다.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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