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Aug 16. 2024

여름엔, '소란'을 들어요

나의 여름 플레이리스트

여름 플레이리스트는 무엇인가요?
반복 재생하는 나의 여름 BGM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 블로그 씨의 질문 중에서


  계절마다 끌리는 노래들이 다르다. 봄에는 산뜻하고 경쾌한 노래가 생각나고, 여름에는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노래가 끌린다. 가을에는 성시경과 에피톤 프로젝트! 애잔하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에 자연스레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겨울에는 도톰한 솜이불 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음악이 좋다. 예를 들면 스윗소로우나 루시드 폴 같은. 




  올여름에도 무한 반복하는 노래가 있다. '소란'의 음악이다. 적당히 신이 나고 노랫말이 좋고 감미롭기까지 하다.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소란의 노래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제 나와라 고백'이라는 노래가 있다. 마음은 가득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남자와 애타게 고백을 기다리는 여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연인이 되기 전, 남자와 여자의 떨리고 조바심 나는 마음이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난다. 노래 속 주인공들에게 힘을 내라고 잘될 거라고 소곤소곤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게다가 유재석과 전소민이 함께 불러서 더 즐겁고 귀엽게 느껴진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들
제일 좋아하는 건 라면 삼겹살 you know that 설렁탕 you know that 감자전
이랬던 나 내가 너를 만나고 신세계가 새로운 날 발견해
리코타 치즈 샐러드, 버터 갈릭 브레드, 쉬림프 파스타
너 없이도 좋았을까
- 소란, '리코타 치즈 샐러드' 중

  평소 일상에서 자주 말하던 음식 이름들이 소란의 노래에 들어가면 달콤한 가사가 된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음식들이 바뀐 남자의 노래인 '리코타 치즈 샐러드'. 투박해 보이는 삼겹살과 설렁탕 그리고 감자전이 사랑 노래에 이렇게 찰떡일 줄이야. (그러고 보니 전 남자친구도 처음 만났을 때 코코아를 주문했었다. 서른 넘은 남자가 소개팅 자리에서 핫초코를 홀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 뭐지, 생각했던 것 같다. 카페에 가면 바닐라라테, 모카치노를 주로 주문하던 그가 어느새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는 자기는 도시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주 만나고 익숙해지다 보면 서로의 취향이 비슷해져 가는 것. 연애가 주는 마법이다.)


오늘은 오늘만은 절대로 아니길 바랐는데
하늘엔 비 우산 없이 이 와중에 버스 놓침
(......) 사실 난 매일 이래 되는 일 없어도 나는 너만 보면 괜찮아
왜냐면 You make me perfect day
평소 같은 어제도 어제 같은 오늘도 오늘 같은 내일도 너만 있으면 완벽해
- 소란, 'Perfect day' 중

  연인과 극장에 갔는데 뒤에서는 발로 차고 스포일러 알려주고. 되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함께 있어서 괜찮다는 노래, 'Perfect day'. 매일 같은 하루의 반복이지만 누군가를 보며 설레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멋진 일이다. 



  

  오늘도 청소를 시작하기 전, 휴대폰을 들고 지니 앱을 켠다.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여름 내내 '소란'이다. 혹시 자리 비었나요?, 우리 여행, 기적, 준비된 어깨와 같은 노래를 들으며 로맨틱 코미디를 감상하듯 설렘에 빠져 본다.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 언제가 더 더운지, 어디가 더 초록인지 경쟁하는 듯하던 맹렬한 여름이, 아주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게 느껴진다. 소란한 여름을 보내며, 여름의 끝자락이 멀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애틋하고 다정하게 여름의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고 싶다. 



이미지: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호랑이가 시집을 가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