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3: 일기 써보기
방심했다. 한동안 괜찮은가 싶더니, 어제저녁부터 다시 두통이 시작됐다. 한 달에 두어 번, 잊을 만하면 불청객이 찾아온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언젠가부터 통증이 이틀 내내 이어졌다. 머리부터 눈 주변이 욱신거리고 잇몸이 아프거나 메스꺼움이 심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도 있다. 두통에 좋다는 쿨링 모자를 써보고, 약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효과는 잠시뿐이다.
커피를 좋아한다. 카페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힘이 없거나 우울할 때는 쌉싸름한 아메리카노를 떠올리며 기운을 낸다. 문제는 카페인.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두어 시간 후에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게 느껴진다. 두 잔이 넘어가면 팔다리가 욱신거리고 도리어 몸에 힘이 없어진다. 그걸 알면서도 아침에 한 잔, 또 오후에 한 잔 커피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날에는 다음 날까지 후유증이 있다. (한 잔은 디카페인이었음에도 그랬다.)
결국 다짐했다. 몸에 안 맞는데 일부러 마시지 말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의 유혹은 찾아왔다. 그럴 때는 예쁜 카페에 가서 에이드나 곡물 라테를 골랐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 때, 문득 깨달았다. 이번 달에는 두통이 없었다. 몸이 괜찮아지니 슬그머니 커피 생각이 났다. 디카페인은 괜찮을 거라는 마음으로 최근 커피를 마셨더니 역시나 두통이 시작됐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부터 울적해졌다. 이제 정말 커피와 안녕할 시간인 걸까.
기분이 가라앉을 때, 운전을 할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힘이 없을 때, 숱하게 나를 응원해 주던 커피와 멀어져야 한다니 마음에 찬바람이 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두통은 너무나 싫고 두려운 존재니, 조심할 수밖에. 전처럼 커피 대신 차를 마셔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너무도 커피가 그리울 때 정말 아주 가끔 디카페인을 마셔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거리를 두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신 다른 새로운 것들의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몸이 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덜어내고 나에게 맞춰가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카페에 커피 대신 달지 않고 쌉싸름하면서도 맛있는 음료가 다양하게 생기게 해 주세요.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