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4: 오늘 내가 읽은 책
큰 기대 없이 무심히 고른 책에 불쑥 마음을 뺏길 때가 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그랬다. 아무런 무늬가 없는 보랏빛 표지, 그 위에 제목과 저자 그리고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는 문장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되냐는 서문의 물음에 얼굴이 숙여졌다. 내뱉는 말의 온도를 생각해 보려니 자신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며 엄마가 도리어 쏘아붙이지 않았던가. 너 선생님께도 그렇게 말하니, 무안을 주고 아이를 부끄럽게 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따뜻한 말보다 차가운 말의 횟수가 더 많지 않았나, 기억을 더듬는다.
책의 차례에는 '말과 글, 행'에 대한 여러 편의 뭉근하고 따뜻한 에세이가 실려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인자한 미소를 가진 중년의 여자분일 거라고 짐작했을 정도로 글은 촉촉하고 따스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저자는 남자였다.) 글이 주는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서 한 편이 끝나면 잠시 쉬며 생각했다. 그리고 바라게 됐다. 나도 온기 있는 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주는 사람은 알지 못할 때가 많지만 받는 사람은 쉽게 알아차린다. 상대방이 꺼내는 말이 얼마나 차갑고 따스한 것인지를. 매일 만나는 아이들에게 내 말의 온도는 몇 도쯤이었을까. 호호 불어서 꺼내어주지 못하지만 까칠한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잠시 멈추는 것부터 연습해야겠다.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 정답고 아늑한 말들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오후에는 조금 더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