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6. 소설을 읽다가
기대 없이 책을 골랐는데 마음을 온통 빼앗기게 되는 때가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그렇다. 자분자분 나릿나릿, 아무 일 없다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금세 빠져들게 되고, 주인공과 곁의 인물에 공감하게 된다.
백수린 작가님의 "봄밤의 모든 것"을 읽고 있다.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어젯밤 네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어떤 계기로 가족과 멀어지거나 혹은 혼자 남아 일상을 살아가거나 혹은 십 년 넘게 키운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페이지를 덮고, 먹먹해진 마음을 지그시 눌렀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다들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외로움과 서글픔이 평온하게 그려져 있다. 다독다독 괜찮다고, 옆집 언니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아주 깊은 밤은 아닌 듯하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밝은 새벽도 아니다. 밤과 새벽의 어슴푸레한 어딘가쯤, 벚꽃나무가 빛나고 작은 새가 날아간다.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봄밤의 그윽하고 애달픈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남은 세 편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천천히 음미하며 아껴가며 읽고 싶다. 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봄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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