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18.
우리 집에는 몇 년 째 트리가 없다. 5년 전 이사 오면서 처분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사 온 첫 해 크리스마스에 허전한 마음에 산타 인형을 샀다. 그리고 그분은 일 년 365일 우리 집 거실에 상주 중이다.
원래 크리스마스트리를 했을 때도 3월이 되기 전에 부랴부랴 치웠던 것 같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도 있는데, 여름까지 둬도 괜찮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기에는 남편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제일 먼저 방으로 던져버릴 것 같아 그 생각은 자체 폐기했다. 어떤 분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칼 같이 치우신다고 하셔서 놀랐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만 되어도 빵집에 진열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좀 슬퍼 보인다. 하루쯤 지났다고 맛이 달라지지 않았을 텐데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고작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트에 진열되어 있던 크리스마스 용품, 서점에 있던 크리스마스 카드들은 떨이상품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데도 말이다.
올해는 좀 새로운 느낌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아보려고 생화키트를 주문했다. 방울을 달고 리본을 묶으며 꾸미는 동안에 우수수수 부스러기들이 떨어졌다. 남아있는 것이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이 떨어졌다. 다행인 것은 그다음부터는 예상보다는 적게 떨어졌다. 이건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바로 처리하게 될 것 같다. 내년에도 이런 걸 선택해야겠다.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 치워야 하나 미루지도 않게 되는 트리로. 크리스마스까지만 볼 수 있다고 하니 괜히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끝이 정해져 있어 지금 더 애틋해지니 자꾸만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조차 너그럽게 보게 된다. 올해 나의 크리스마스는 먼지 쌓일 틈 없이 반짝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