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안녕

2025.12.31. D-12

by 여름

겨울이 되면 시리고 서걱거리는 기분이 수시로 든다. 물기가 쏙 빠진 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휑한 나뭇가지, 쨍한 햇빛에도 왠지 흐려 보이는 날씨. 길을 걸을 때면 찬 바람이 들어올 세라 팔짱을 끼고 종종걸음을 쳐 보지만 몸과 마음이 차갑고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올해가 십여 일 남았다. 다음 목요일이면 벌써 성탄절이고, 그다음 주면 새해가 시작된다. 시간을 아껴 쓰고 알차게 채우려고 노력했음에도 허무하고 아쉬운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12월이 포근한 봄이나 뜨거운 여름이었으면 적적한 마음이 덜했으려나, 괜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속절없이 매몰차게 흐르는 시간이지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끈덕지게 늘어지고 싶다. 올해라는 시간 안에서는 여유도 부리고 펑펑 놀기도 하고 멍하게 쉬어도 될 것 같아서다. 어쩌면 새해가 오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익숙하고 편안한 올해 안에서 쉬어가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새것, 처음이라는 낯섦은 긴장하게 만든다. 계획을 세우고, 좀 더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으쌰으쌰 해야 할 것만 같다.


똑같은 하루를 2025년과 2026년으로 구분지은 것뿐인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거창한 목표가 부담스럽고 계획 세우기가 두려운 것을 보니 지금은 쉼이 필요한가 보다. 돌아보면 아쉬운 것도 많지만 나름대로 애쓰고 노력했던 한 해였다. 열 이틀 동안 정들었던 올해와 웃으며 헤어질 수 있도록 나와 주변을 토닥이며 하루하루 보내고 싶다.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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