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아이의 질문을 생각하다

by 여름

주방 식탁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하얀색 밥그릇에 담긴 달걀볶음밥을 먹던 울이가 밥을 꿀꺽 삼키고는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으응?


열한 살이 된 지 열하루째, 벌써 생각이 깊어진 건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엄마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역으로 질문을 건넸다. 울이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배시시 웃는 걸 보니 아이는 벌써 자기만의 답을 준비한 눈치다. 엄마의 말에 답하는 대신 동생에게 질문을 했다.


꿍이야, 너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응, 인생은, 생활이야.

그럼 엄마는?

나는 너희들.

저녁식사가 갑자기 철학적인 문답시간으로 바뀌었다. 울이는 동생과 엄마에게 번갈아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다. 인생이 뭐냐니, 마흔이 넘었지만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답하려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답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울이에게, 엄마에게는 너희가 전부니까,라고 답해주면서 아이들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걸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울이는 인생이 '길'이라고 했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고, 곧은길도 있지만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구부러진 길도 있어서라고 했다.


그러게, 정말 인생이란 뭘까. 저녁식사가 끝난 후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으며 생각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은, 나에게 인생은 '지금을 사는 일'이라는 것이다. 스무 살 때부터 '순간을 즐기자'고 마음먹었으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았고, 과거의 실수와 부끄러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자주 휩싸이곤 했다. 목표를 높게 잡고 거기에 다가가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하면서 동시에 채근하기를 쉬지 않았다. 독서와 명상 덕분인지, 지금은 아주 조금 덜해지기는 했으나 초조하고 조급한 일상은 여전히 반복된다. 한 번에 달라지는 것은 어려운 일, 차근차근 느긋하고 여유로워지겠지, 마음을 비우려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여겨본다.


인생이 무엇이든, 그 속에서 기쁨과 재미를 찾고, 순간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닐까. 자꾸만 예전 일을 떠올리고, 다가오지 않은 앞날을 걱정하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자, 아이들도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게 된다.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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