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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Nov 30. 2023

4회 차 주말부부의 소소한 일상

갑자기 내일 온다고?

  "어쩌면 이번 주 토요일에 쉴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월요일에 순천으로 떠나고, 2주 후에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이번 주에 그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렸을 때 소풍 준비를 하던 것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고 둥실 떠오르는 마음을 눌러 내렸다.




  주말부부가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침 6시 30분에 출근을 해서, 아이들 등교, 등원 준비는 원래 내 몫이었다. 하교와 하원 후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퇴근해서 밥을 같이 먹었다. 이제는 혼자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뒷정리만 더 부지런히 하면 되겠지. 가볍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빈자리는 컸다. 부담감과 외로움이 수시로 다가왔다. 허전한 마음이 들면 글을 쓰고 공부도 하고 운동을 했다. 월요일, 화요일,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다. 화가 나서 소리를 몇 번 지르고, 아이들이 눈물을 보였던 것 빼고는 순조롭게 하루를 잘 보냈으니까. 3일째부터는 이상하게도 몸과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글쓰기를 했지만, 그때뿐. 마음이 물 먹은 것처럼 눅눅해졌다.




  벌써 네 번째 주말부부다. 이제는 좀 달라질 때도 됐다.

  처음 떨어져 살게 됐을 때는 눈이 아프도록 자주 울었다. 사연이 있는 사람처럼 퇴근길에 걸어가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고, 혼자 밥 먹기 싫어서 울고, 혼자 집에 있기 싫어서 슬퍼했다.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펑펑 울었다. 두 번째 주말부부를 할 때는 임신 막달이었다. 혼자 있을 때 진통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겁이 나서 울었다. 남편은 가까이 사는 친한 친구에게 혹시 소식이 오면 나를 산부인과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해두었다. 까칠이가 태어나고, 순둥이를 임신한 후 세 번째 주말부부가 되었을 때는 이러려고 내가 결혼을 했나 한탄을 했다. 슬그머니 화도 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가 오는 금요일이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가도, 일요일 아침에는 남편이 다시 떠난다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슬프기는 하지만 계속 처져 있으니 나만 손해다. 이번에는 발령 소식을 들었던 날에 1시간 정도만 울었고, 그다음부터는 좋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 건 부끄럽지만 실컷 울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년에 고민하지 말고 마음 편히 휴직하라고 기회를 얻은 거구나, 글 한 번 제대로 써보라고 시간을 얻었구나,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남편이 오는 날만 애타게 기다리지 말고, 매일의 시간들을 알차게 채워가며 기쁘게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토요일 쉬어요."

  남편에게 점심때쯤 문자가 왔다. 토요일에 쉰다는 건, 내일 퇴근하고 집에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남편이 오고 가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건만, 그의 문자에 마음이 방망이질하듯 설레기 시작했다. 어찌 됐건, 그가 오면 주말에는 좀 편히 보낼 수 있겠지. 시커먼 꿍꿍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남편이 내일 집에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격주마다 쉴 수 있는데, 이번 주에 쉰다는 것은 3주간 볼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어쨌든 지금 기분 좋으면 됐다. 까칠이와 순둥이가 아빠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이 소식을 전해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내일 저녁에 남편이 오면 일주일 동안 낯선 곳에서 고생했다고 토닥여줘야겠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마음이 붕붕 떠오른다.



상담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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