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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01. 2024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24년 1월에는

   원하는 대로 보낸 하루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어떨까. 시간은 의식하지 않으면 더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다. 달아나는 시간을 일부러 옆에 앉혀놓고 지금까지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는 지금이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다 갔지, 가 아니라 오늘도 이번 주도 이번 달도 참 잘 보냈다고 생각하는 시간들로 채우고 싶어졌다.



  지난 한 달은 그동안과 조금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의미 있는 질문을 들으면서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올해의 시작을 찬찬히 생각하며 보낼 수 있어서 설렜다.

  1월은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이었다. 아침 준비를 하면서,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면서, 미세먼지를 확인하면서,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브런치 발행일을 앞두고 글을 쓰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과 비교하면서 나를 부족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가 책을 탁 내려놓고 나에게 소리를 지를 때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알아차림을 통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잠시나마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잠시'가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1월은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부족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지만, 바쁘고 힘들었던 중에도 열심히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할 말을 못 해 못난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 새벽기상이 자꾸 어그러져 답답하고 실망스러웠지만 그럼에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는 것. 내가 지니고 있는 장점이 꽤 괜찮게 진심으로 느껴졌고, 잘 들여다보고 키워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기뻤다.

  1월은 덜어내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휴직 동안 에너지가 차기 시작해서인지, 복직 전에 부족한 것을 채워두고 싶어서인지, 요즘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졌다.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급박함이 나를 조였다. 읽고 싶은 책들, 쓰고 싶은 글들, 다이어트, 체력 기르기, 경제 공부, 시사 공부, 미니멀 실천하기, 운전 배우기, 영어 공부, 인스타그램 공부, 요리 배우기, 감정 조절하기. 이걸 어떻게 다 해내나,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해내고 싶다. 마음을 달리 먹었다. 모든 것을 지금 당장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부터 하나씩 조금씩 해 보기로 했다. 


  1월부터 나를 풀어주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은 쉼의 날이다.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고 뿌듯해지는 것을 찾았다. 먼저 아주아주 쉽고 잘 읽히고 재미있는 가벼운 소설책을 두 권 정도 챙긴다. (혹시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일수도 있으니까 여유있게 두 권으로.) 쨍한 노란색 지붕이 있는 단골 커피 가게에 가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부드러운 버터커피를 주문한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서 책에 흠뻑 빠졌다가 두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소소한 그 두 시간이 나에게 힘이 된다. 슬며시 웃음이 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또, 평소에는 새벽 기상을 하지만 일요일은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만큼 늦잠을 자기로 했다. 매일 새벽기상을 하는 것이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일요일은 마음 편히 푹 자도 된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덜해진다. 일요일에는 아침도 느지막하게 10시쯤 먹는 걸로. 과일이나 아침 햄버거도 괜찮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나를 꽉 조여매고 있던 끈을 살포시 놓기 시작하니 새벽 일상이 흐트러졌다. 새벽에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무리라고 여겨졌지만 새벽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욱여넣었다. 새벽이 지나면 일상이 시작되고, 하고 싶은 것을 방해받지 않고 하기 어려웠다. 새벽 할일 목록에 이것저것 꽉꽉 채워넣다 보니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날이 많아졌고 나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절해야 하고, 꼭 필요한 것을 넣기로 했다. 과했던 새벽 일정을 덜어내고 스트레칭 10분, 독서, 글쓰기만 넣었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자책하고 속상해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전에 비해 새벽이 조금 더 늦게 시작되고는 한다. 나를 인정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마음이 자칫 나태함으로 바뀌지 않게 조절하고 싶다.




  2월이 시작되었다. 이어가고 싶은 것은 규칙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와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수시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화가 날 때 내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계속해야겠다. 아이가 나를 지켜보고 어느새 따라 하는 것이 자주 느껴진다. 무심코 화가 올라올 때 어른스럽게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잘 되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 자꾸 화가 치솟는다. 결국 벌컥 화를 내버리고는 곧 후회한다.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려고 오늘도 노력하는 중이다.)


*어쩌면 올해는 계획 없이 보냈을 수도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확인하고 실망하는 일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성장메이트를 하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되었고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면서 기대감이 몽글몽글 올라오기 시작한다. (성장메이트,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2월에 웃고 생각하고 여유있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나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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