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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29. 2024

비자발적 휴식으로 얻은 것

24년 2월에는

  2월은 낯설고 편안했고 아팠고 감사했다.


  설 연휴가 지나고 남편이 있는 순천에서 일주일 살이를 했다. 제주 한달살이, 캐나다 한달살이처럼 낯선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에 낭만을 품고 있던 터였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낯선 지역에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붕붕 떠올랐다. 일주일 동안의 생활 패턴은 비슷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도서관에 놀러 갔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킥보드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한참 놀았다. 원룸에 조리도구가 없다는 핑계로 저녁은 식당에서 포장해 오거나 반찬을 사서 먹으니 편했다. 빨래와 청소와 설거지가 주는 부담이 가벼워져서인지, 순천 거리가 익숙해져서인지, 온 가족이 함께 저녁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아서인지, 일주일째 되던 날은 언제 다시 순천에 놀러오면 좋을지 생각하게 됐다.



  순천에서 집으로 온 다음 날,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이를 안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다음 날은 움직일 때마다 악 소리가 날 만큼 아팠다. 허리를 삐끗했는데 등부터 다리까지 찌릿했다. (단순한 '찌릿'이 아니었다. 통증을 글로 어떻게 하면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바닥과 한 몸이 된 듯 며칠 동안 누워있기만 했다. 사실 한 번 누우면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다시 눕는 것도 어려웠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욱신하고 강렬한 통증이 찾아왔다. 누워서 할 수 있는 것은 잠자기와 책 읽기와 휴대폰을 보는 것뿐이었다. 푹 쉰 덕분인지 하루하루 허리가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플 때는 괜히 스트레칭도 하고 싶고 달리기도 하고 싶고 책상 앞에 앉아 글쓰기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것들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2월은 명절과 순천살이와 허리통증으로 올해 계획을 거의 실천하지 못했다. (한 번 더 언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것일 테다. 새벽 루틴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아쉬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목표한 것을 해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자고 나를 설득했다. 그리고 편안해졌다. 쉼이 필요했던 것 같다. 3주 동안의 시간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날아가버린 것이 아니었다. 가족을 만나고, 낯선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집에 누워서 꼼짝 않는 시간 동안 내 안에 에너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힘이 생긴 나에게 올해 세운 목표는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쉼의 시간을 준 2월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하며, 다가올 3월을 소풍 가는 마음으로 맞이해보려고 한다.

1. 24년 나의 목표는?
- 읽고 쓰기를 통해 평온한 내가 된다.
(2월에는 여러 일들로 하지 못했다. 이번 달 마지막 주에는 새벽에 읽고 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3월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2. 2월은 (       )이었다.
-2월은 쉼의 시간이었다.

3. 지난 한 달간 내가 잘한 것은?
- 내 상황에 맞게 마음을 다독인 것
-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수시로 말한 것
(이제 아이들은 이름을 부르면 당연히 '사랑해'라고 말할 것을 예상한다. 자꾸 언니랑 동생 중에 누구를 더 사랑하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4. 지난 한 달간 아쉬운 부분은?
- 새벽 루틴을 실천하지 못한 것
- 목표를 점검하지 못한 것

5. 2월에 배우고 성장한 것은?
- 순천 일주일 살이와 가족여행
-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음

6. 내게 기쁨과 만족을 주었던 것은?
- 배우고 생각하는 것
-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

7. 다가올 한 달은 어떻게 살아보고 싶은가?
-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표현하기
- 화가 날 때 감정을 조절하기
- 아이들 새 학년 준비, 적응 돕기
- 운동 매일 10분 이상 하기

(질문 출처: 벨류비스 컴퍼니)


  오늘은 2월의 마지막 날이다. (29일어서 하루를 선물로 받은 것 같다.) 마지막은 특별하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이어리를 보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본다.

  내일이면 3월이 시작된다. 3월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기쁨을 자주 느끼고 감정을 잘 들여다 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당신의 2월은 어땠는지, 그리고 다가올 3월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해진다.





이미지: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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