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픈 어느 대낮에
하루 시 한 편, 셋째 날
아무리 물 밖이 궁금해
고개를 내밀고
뻐끔거린들
나는 결국
숨이 막혀도 끝내
마땅히 여기뿐이란 걸 알았던 게지
물속 고요가 그리워
다시금 큰 숨을 몰아 마시고
네가 있는 곳으로 또 가라앉고 말아
얄미운 눈꼬리를 하고서
이제 온 나를 흘겨볼 거야 그치
수면 위로 일랑거리는 햇볕을 손짓해 보게 하고는
예쁘지 않으니 물을 테지
일광에 물들어 취해가는 나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너는
이내 켈켈 웃으며
숨을 꼴딱이는 나를 놀리고도 싶어 할 테지
물 밖을 빼꼼거릴 적의 염치는
모른 척하고
무력이 꼬륵 네게 내려앉고픈 어느 한낮에 말이야
나는 이리도 일쑤 너에게 도망치고 싶었노라고
실토할 뻔했던 걸
너는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