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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날 현 Dec 26. 2023

마흔에게

하루 시 한 편, 다섯째 날



- 눈부신 스무 살을 위해
독서실 책상 한 켠에 적어두고
소녀시절 내내 턱 괴고 기다렸던 스무 살

교과서와 참고서에 묵혀둔 사춘기는
짧은 치마와 하이힐로 고개를 치켜들었고
사랑만 하다가 학사 경고를 받겠노라
젊음을 헤프게도 캠퍼스에 흩뿌렸다

서른이 와버릴까 봐 종종거린들
시간은 정직하게 흘렀고
어쩌다가 삼십 대에 도래하고 만
엉성한 나를 나조차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지
정답지 없는 문제집에
빨간펜으로 별 표시만 끝없이 그리던 숱한 밤들

벌게진 눈으로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면 눕기 바빠서
정답 및 해설을 펴고 채점하기는커녕
빼곡해진 물음표는 일상이 되었다

인생에 정답이란 건 없었다고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눈부신 마흔

다시 턱 괴고 기다려보고픈 그날이
변해가는 계절 속에서도 우두커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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