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싸우는 부부의 신박한 비법 공개
연애 시절부터 근 10년 간 우리 부부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에~ 거짓말!”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실실 웃거나, “말도 안 돼!” 하고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너무나 황홀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하늘같이 높고 푸르고 존경스러운 남편 사이에 어찌 불화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는 말인가’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일 거고, 오래도록 이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 부부의 비법은 바로 돈이다.
사과를 한다는 건 사실 꽤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화가 나거나 상처를 입은 상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각자 제 잘난 멋을 충분히 즐기며 살아온 성인 남녀 둘이, 그것도 아주 가까운 거리의 두 사람이 이걸 진지하게 드러내고 표현하기란 여간 낯 간지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사과를 받는 건 또 어떤가. 상대가 자존심을 꺾고 쉽지 않은 표현을 했다 하더라도, 나의 끓어오르는 분노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상처가 단박에 사라질 리는 없다. 그렇다고 사과를 받은 마당에 계속 씩씩거리고 있는 것 또한 소인배 같은 마음을 셀프 인증하는 꼴이라 자괴감이 든다. 어찌 되었든 이 마음을 본래의 평온하고 침착한 상태로 되돌릴 때까지의 어색하고 겸연쩍은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리 부부 사이에는 싸우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대처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는데,
첫째, 아무리 화가 나도 30초 이상 입 꾹 다물지 않기,
둘째,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신속하게 사과하고 무슨 방법을 써서든 상대를 '웃겨내기',
셋째, 도저히 웃길 수 없을 땐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큰절 하기 등이다.
사실 여기까지 했을 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란 너무도 어려워서 이 단계 정도 오면 한층 누그러진 마음으로 다시 대화를 하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게 되지만, 10년을 얼굴 맞대고 살아오면서 어디 이 정도로 풀릴 문제만 있었겠는가. 소중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소한 것들로 더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게 인간관계이자 가족관계 아니겠는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돈이다. 주로 이 방법은 나에게 잘 통하는 것으로, 남편이 툭 내뱉은 사소한 말에 내 눈빛이 싸늘해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일 때 빠르게 사용하면 백발백중이다.
“어, 김보보 화났네 화났어! 어떡하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돈을 좀 줄까? 그래, 내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돈을 좀 줄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 카카오뱅크라는 혁신적인 기술 덕분에, 우리는 터치 몇 번이면 아주 손쉽게, 계좌번호 따위 서로 묻지 않아도 바로바로 입금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저 말이 입에서 채 다 나오기 전에 이미 알림음이 따릉 울린다.
“김보보님, 이보보님께서 40만 원을 입금하셨습니다. 입금명 : 홧값“
글로 적고 보니 좀 속물 같은가? 실제로 한 번 해보시라. 날 때부터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아온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흐흐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빵 터뜨릴 것이다. 가까운 사이에 주고받는 상처와 다툼이 대개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에, 춤을 추든 절을 하든 돈을 보내든, 이렇게 한 번 마주 보고 깔깔깔 웃고 나면, 끓어오르던 마음도 어느새 식어 차분히 서로를 다시 마주할 만한 준비가 될 테니 말이다. 사과는 신속하게, 미안하면 입금하라. 화해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