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별들도 모두 잠든 어느 깊은 밤,
또로록 또로록 반짝이는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앗, 차가워! 이게 뭐지?”
잠에서 깬 토끼가 말했어요.
“얘들아, 저것 좀 봐! 하늘에서 반짝반짝 비가 내려!"
다람쥐가 포르르 나무 위로 올라 소리쳤어요.
“우리 한 번 가 보자!”
눈이 휘둥그레진 부엉이가 말했어요.
“그래 그래! 우리 한 번 같이 가 보자!”
토끼와 다람쥐가 부엉이 등 위에 올라탔어요.
부엉이는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아가야, 아가야, 어디 간 거니......”
아무도 없는 깜깜한 하늘에서
엄마별이 울고 있었어요.
엄마별이 울 때마다 또로록 또로록
반짝이는 눈물이 떨어졌어요.
“어떡해! 아기별을 잃어버렸나 봐.”
토끼가 눈물을 글썽였어요.
“우리가 아기별을 한 번 찾아보자!”
다람쥐랑 부엉이가 말했어요.
“별님, 별님, 울지 마세요.
우리가 같이 아기별을 찾아 드릴게요!”
토끼와 다람쥐가 외쳤어요.
울고 있던 엄마별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어요.
“정말 고맙구나, 얘들아.
하지만 우리 아기는 찾을 수가 없단다.
아기별은 더 이상 이 밤하늘에 없단다.
저 멀리 아래로 떨어져 버렸거든.”
“저희가 내려가서 찾아볼게요!”
토끼와 다람쥐가 말했어요.
“저는 눈이 밝아서 밤에도 잘 볼 수 있어요!”
부엉이가 말했어요.
“여기 있을까?”
토끼는 수풀 사이로 폴짝폴짝 뛰면서
아기별을 찾았어요.
“여기라면 보이겠지?”
높다란 나무 위로 포르르 올라간 다람쥐가
두리번거리며 아기별을 찾았어요.
“아기별아, 아기별아, 어디에 있니?”
부엉이는 푸득푸득 날면서
큰 소리로 아기별을 불렀어요.
“휴우, 정말 보이질 않네.
대체 아기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친 아기 토끼는 풀숲에 풀썩 주저앉았어요.
그때였어요.
“얘들아, 저기 좀 봐!”
똑, 또로록, 똑, 똑, 똑.....
엄마별의 눈물이 떨어지는 곳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어요.
아기 토끼와 다람쥐와 부엉이는 재빨리 달려갔어요.
아기별이었어요.
숲의 어둠에 가려진 채
바위처럼 차갑고 딱딱해져 버렸지만,
분명히 아기별이었어요.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아기별 위로
엄마별의 눈물이 또로록 똑똑 떨어질 때마다
아기별의 몸에서는 희미하게 빛이 났어요.
하지만 아기별은 너무나 크고 무거웠어요.
토끼와 다람쥐와 부엉이가
끼잉낑 힘을 합쳐 밀어 보아도
아기별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여기 있으면 엄마 별이 아기별을 볼 수 없을 텐데.”
토끼가 눈물을 글썽였어요.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다람쥐도 눈물을 글썽였어요.
“얘들아, 무슨 일이야?”
잠에서 깬 곰이 부스럭 부스럭 다가왔어요.
꽃사슴과 붉은여우, 두더지와 너구리도 다가왔어요.
토끼와 다람쥐의 이야기를 들은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아기별을 엄마 별에게 돌려보낼 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했어요.
갑자기 너구리가 무릎을 탁 치며 얘기했어요.
“얘들아, 좋은 생각이 났어!
우리 아기별을 데리고 바다로 가자!”
“여엉차! 영차!”
동물 친구들은 모두 힘을 합쳐
아기별을 밀어 보았어요.
아기별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데굴데굴 여엉차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지나고
황금빛으로 물드는 들판을 너머
알록달록 향기로운 꽃밭을 건너자
드디어 눈 앞에 너른 바다가 펼쳐졌어요,
잔잔한 바다는 밤하늘을 머금은 듯
별빛을 받아 반짝였어요.
둥그런 보름달이 일렁일렁
노오란 물길을 내주었어요.
“그래, 바로 여기야!
여기라면 엄마별이 아기별을 볼 수 있을 거야.”
아기 토끼가 깡총깡총 뛰며 말했어요.
동물들은 조심스레
아기별을 파도에 실으며 노래했어요.
“별님, 별님, 여기 보세요.
아기별이 엄마 별을 찾고 있어요.
별님, 별님, 여기 보세요.
아기별이 엄마 꿈을 꾸고 있어요.”
아기별은 바다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듯
노오란 달빛 물길을 따라 멀리 더 멀리 흘러갔어요.
동물 친구들의 노래는 둥실둥실 떠올라
바람을 타고 멀고 먼 밤하늘로 흘러갔어요.
“아가야, 아가야, 어디에 있니?”
엄마별의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자
바다 위 아기별이 희미하게 빛을 냈어요.
“우리 아가, 거기 있었구나.
파도 타고 둥둥 예쁜 꿈을 꾸는구나.”
엄마 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어요.
엄마별은 알고 있었어요.
아기별이 다시 떠오를 수는 없다는 걸.
엄마별은 알고 있었어요.
아기별이 다시 눈을 뜰 수는 없다는 걸.
엄마별은 매일 밤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마다 바다에 뜬 아기별은 희미하게 반짝였죠.
엄마별은 매일 밤 울고 있지만
아기별을 볼 수 있어 행복했어요.
“얘들아, 얘들아, 정말 고마워.
드디어 아기별을 보게 됐구나.
얘들아, 얘들아, 정말 고마워.
따뜻한 그 마음 잊지 않을 게.”
엄마별의 노래가 사뿐히 내려앉아요.
동물 친구들은 하나 둘 잠이 듭니다.
오늘 밤은 슬프지만 아름다워요.
오늘 밤은 깜깜해도 따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