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의 한 마디

세상의 목소리 63

by 익군
세상의 목소리63 - 응원의 한 마디.jpg


막 정오가 지날 무렵 사내 둘이 텅 빈 국밥 그릇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벽 쪽으로 치워둔 녹색 병이 여섯 개. 잔뜩 꼬이며 뭉개지는 말소리와 게슴츠레하게 뜬 눈이 지난밤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해가 밝을 무렵부터 잠자리가 그리웠던 사내와 끊어질 듯한 이야기를 겨우 이어 붙이는 사내가 힘겨루기를 한다. 때마침 이야기의 끈을 놓지 못하던 사내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지방에 계신 아버지의 전화다. 근면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의 혀는 이미 그의 의지를 쫓지 못한다. 잔뜩 꼬인 발음에도 띄엄띄엄 대화를 이어가다 사내가 한 마디를 얹는다. ‘아빠, 화이팅!’ 누구를 위한 응원일까? 그의 목소리가 애써 밝다. 전화를 끊은 사내는 눈 앞의 술잔을 마저 비우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찬 바람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를 정오의 햇살이 내리누른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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