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뻥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군 Jul 31. 2018

단 한 명이라도 필요한 걸 만들자

일단은 내가 필요한 것부터

2015년 퇴사 이후 무엇을 하냐고 물으면 보통은 허허 웃으며 '이것저것 해요'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2016년에 출판업으로 개인사업자를 냈지만 그래도 대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실제로 책을 한 권도 만들지 못했으니...) 2017년에는 뭐라도 만들어야겠다 싶어 회사 이름도 바꾸고 분야도 제조업으로 바꿨지만 여전히 대답은 '뭐 이것저것 만들어요' 정도로 조금 더 구체적이 되었을 뿐이다. 스스로 아직 미숙한 부분에 대해 (있지도 않은) 비난을 모면하고자 이런 대답을 한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수공예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듭니다'라고 대답을 바꿨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방어적이다.


그간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어요' 같은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골방에 앉아 이 정도면 누군가 사고 싶을까 따위를 혼자 고민하며 나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만들곤 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소품이라고 불릴 무엇인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_-;) 그렇다고 트렌드를 읽는 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사용할 물건을 만들자'라고 생각을 고쳐먹어 봤지만... 나는 딱히 필요한 게 없는데?!


저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ㅇㅅㅇ?!


그래서 생각을 조금 고쳐먹기로 했다.

'내가 나무로 된 제품 아무거나(장인 정신이 깃들어야 할 정도의 난이도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 )a) 만들어 줄 테니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봐!'라는 말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이 말은 마음속으로만 하지 않고 몇 번 내뱉었다!)


그래서 몇 가지 아이템을 줍줍 해왔다.


으응? 뭐라구우~?


1. 조카의 장난감을 담을 정리함 - 바퀴 달린 걸로


이것은 일단 내가 먼저 던진 아이템이긴 한데, 누나가 흔쾌히 받고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얹어줘서 만들어 보고자 하는 첫 번째 아이템.

일단 전체 무게와 나무로 만들었을 때 모서리의 날카로움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느냐가 관건. 딱히 강조는 안 했지만 바퀴도 꼭 들어갔으면 하는 뉘앙스. 그깟 바퀴가 뭐라고!

기존의 연필꽂이의 형태를 본떠 사이즈를 키우는 방향으로 제작해볼 생각인데, 일단 3D 모델링을 해서 누나와 상의해봐야 구체적인 형태가 나올 것 같다.


곧 출시할 제품! 조금 더 자동차처럼 다듬어서 슥삭슥삭?!


2. 미니 화분 정리대


오늘 받아온 따끈따끈한 아이템.

지인에게서 다육이 화분 같은 작은 화분을 정리할 받침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었으면 하는데, 너무 간단한 것을 원하다 보니 판매되는 것들 중에서 고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공 연습도 할 겸 흔쾌히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마침 지인이 신혼집을 꾸미는 과정이라 잘하면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것은 나무 고르고, 치수만 확인하면 크게 고민할 필요 없는 간단한 작업이 될 듯? (간단해 보여서 시작한 작업이 간단하게 마무리되는 걸 본 적이 없다지만...)


이것보다도 더 간단하게! 근데 이런 받침도 예쁜듯 ㅇㅅㅇ 다음엔 모니터 받침대나?!ㅋㅋ


3. 나무 도마와 도마 거치대


이번 아이템은 진짜 일종의 선물용.

나의 문화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가 한 분 계신데... (한 명이 아니라 한 분임!) 그 친구 덕분에 본 영화, 전시가 계속 쌓여가다 보니 보은도 할 겸, 새로운 결심을 실천도 할 겸, 필요한 아이템을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도마를 말했다. 도마는 사실 목공 수업에서 첫 작품으로 많이들 만들곤 하는데, 나는 제대로 목공을 배워본 적이 없는 얼치기라 '한 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 정도만 해봤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더 고맙고 반가운 아이템.

겸사겸사 집에서 사용할 도마도 함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것도 냉큼 접수.

하드 우드 중에서 색깔별로 세 가지 정도를 고르고, 대략적인 디자인을 뽑아서 검수받고 진행하면 될 것 같다. 특히 도마 만들기는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이나 블로그 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워낙 입문용 아이템이니) 관련 정보도 찾기 쉬울 것 같아서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예쁜 나무 도마 디자인을 찾아봅시다. 저는 고기를 보고 있는게 아닙니다. 고기 맛있겠다...


시작부터 너무 많은 아이템을 받아온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이드 프로젝트랍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부터 구상 스타~뚜! (어차피 여긴 뻥노트니까 낄낄)


4. 덧


제품을 만드는 것도 재밌지만 어릴 때부터 컴퓨터로 뭔가 만드는 것도 정말 좋아했는데, 언젠가는 프로그래밍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작업도 꼭 해보고 싶다. 아래는 그때를 위해 공부하며 만들어 본 할 일 관리 화면. 역시 기능보단 디자인을 구상하는 게 더 어렵다ㅠㅠ


요걸로 이제 뭘 또 만들어 볼까 @_@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이 되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