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15년 9월 - 5

by 익군

그와 내가 마주 앉은 것은 학교 앞 밥집이었다. 말 그대로의 밥집. 남자들이 만나면 대체로 이런 곳을 찾게 되고, 대학가는 그런 의미에서 남자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다. 나란히 앉아서 순두부 찌개를 시켜놓고 나는 대뜸 현식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물었다.


“현식아, 당장 할 만한 아르바이트 자리 어디 없을까?”

“갑자기 웬 아르바이트요? 뭐 급히 돈이 필요한 거예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오늘 아침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용돈 끊는다고 하시네.”

“네? 갑자기? 형 뭐 사고 쳤어요?”

“그럴 리가. 내가 사고 칠 깜냥이나 되나. 어제 친구 만나고 늦게 들어간 거에 화가 많이 나셨나 봐. 뭐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28년 동안 주구장창 용돈 타 썼으니 나도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아 근데, 진짜 취업 시즌 막 시작하는데 이러실 줄은 몰랐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지.”

“그러게요. 안 그래도 이제 막 바빠질 텐데. 형 시간은 괜찮아요?”

“뭐 어쩔 수 없지. 한 번 한다고 하면 꼭 하시는 분이라, 대거리해볼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말인데, 취업에 맞춰서 시간 조절 좀 할 수 있을만한데 어디 없나?”

“형 지금까지 아르바이트해본 적 없죠?”

“응.”

“음. 당장 떠오르는 데는 없는데. 일단 저도 좀 알아볼게요. 그래도 가능하면 집에 잘 말씀드려서 취업 때까지만 어떻게 버텨봐요.”

“그게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냐. 암튼 좀 부탁할게.”

“네.”


현식이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한 주가 조금 더 지난 수요일이었다.


“형, 요새 도서관 안 나와요?”

“아, 요 며칠 집에서 자소서 좀 쓴다고 못 나갔네. 어쩐 일이야?” 그의 연락에 내심 기대를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궁색하게 선뜻 아르바이트 이야기부터 꺼낼 수는 없었다.

“아르바이트 구하셨어요?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거.”

“아, 아니. 그게 인터넷으로만 봐선 도대체 입맛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네.”

“아, 다행이네요. 형 카페에서 일해 볼래요? 제가 오래 일했던 북카페가 있는데, 시간 괜찮으면 와서 일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형 얘길 잠시 했거든요. 너무 자주 빠지지만 않으면 뭐 시간은 맞춰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좀 넓긴 한데 그렇게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고, 일도 그럭저럭 할 만 할 거예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요. 위치가 좀 애매하긴 한데, 뭐 사정 맞춰서 하기엔 괜찮을 거예요.”

“그래? 시급은 어느 정도야?”

“음.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최저시급 언저리 일 걸요. 알바란 게 대부분 다 그래요. 카페기도 하고. 그래도 일해보면 그렇게 아쉽지는 않을 거예요. 좀 오래 일하거나 하면 잘 챙겨주시긴 하는데, 형은 그럴 건 아니니까. 취업할 때까지만 용돈 벌이 한다고 생각하시면 나쁘진 않을 거예요.”

“그런가. 위치는?”

“상도동 쪽인데, 신대방 삼거리역 아시죠? 7호선. 거기서 한 10분 정도 걸릴 거예요. 마을 버스 타도되는데 3 정거장이라 그냥 걸어 다녀도 될 거예요.”

“뭐 면접 같은 거 봐야 되나? 언제부터 일 할 수 있는 거야?”

“형이 한다고 하면 잠깐 얼굴은 보겠지만, 인사만 드리고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뭐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으니까, 형 시간 되는대로 말씀드리고 일정 조율하면 될 것 같아요. 하신다면 제가 따로 다시 말씀 드려놓을게요.”

“아 뭐 나야 고맙지. 잘됐네. 안 그래도 통장 잔고도 거의 다 떨어져가서 뭐라도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나 그거 할게. 진짜 고맙다 야. 내가 월급 받으면 밥이라도 쏠게.”

“아니에요 뭐. 마침 여기도 사람이 필요하다니까 잘 됐죠. 거긴 저도 가끔 들르니까 카페에서 종종 봬요. 그럼 제가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어 그래 진짜 고맙다.”

“아, 참 거기 사장님이랑 친구분이 계신데 두 분 다 좀 특이하세요. 아마 같이 얘기해보면 재밌을 거예요.”

“특이? 이상한 건 아니지?”

“네, 그냥 좀 독특한 분들인데 얘기해보면 재밌고 좋아요. 아무튼 그건 만나서 보시고,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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