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은 씨 고생이 많네. 진짜 고마워. 별 일 없었지?”
“네, 일찍 끝나셨나 봐요?”
“응, 다행히 저녁 전에 빠져나왔네. 아, 진규 씨, 첫날부터 미안해요. 내가 급하게 일이 생겨서.”
“아, 안녕하세요.”
“어때요? 일은 할 만 해요? 크게 어려운 건 없죠?”
“예, 뭐 아직 별로 한 게 없어서요.”
“뭐 앞으로도 비슷비슷할 거예요. 여기가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니까. 하하. 진규 씨 하던 거 끝내면 저녁 먹어요. 배 고프죠?”
“아, 예.”
“희은 씨도 약속 없으면 진규 씨랑 같이 저녁 먹고 가.”
“오~ 뭐 사주실 건데요?”
“오랜만에 왔으니까 희은 씨가 골라.”
“그럼 전 오므라이스요! 안 그래도 가끔 여기서 먹던 오므라이스 생각 났었거든요.”
“그럼 진규 씨 그거 대충 헹구고 나가서 희은 씨랑 같이 먹고 와요. 희은 씨는 가는 김에 저녁 먹는 거 이런 것도 좀 알려줘요.”
카페에서 길 건너 대각선 즈음에 위치한 작은 분식집에 자리를 잡으니 음식 나오기 전부터 희은 씨의 설명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여기는 보통 저녁 시간엔 교대로 나가서 밥을 먹고 와요. 그래서 가능하면 식사 시간에는 2명 이상이 같이 근무하도록 해주실 거예요. 대부분은 사장님이랑 같이 일할 거고요. 정말 가끔 혼자 있어야 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빵으로 대충 때우게 되는데, 그런 날은 사장님이나 사장님 친구분이 꼭 야식을 챙겨주세요. 사장님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밥 먹는 시간은 웬만하면 잘 챙겨주세요. 메뉴도 너무 멀리만 나가지 않으면 크게 터치 안 하시고요.
저는 주로 이 분식집이랑 저 카페 옆에 있는 햄버거집을 자주 가요. 여름에는 골목 입구 쪽으로 걸어나가면 보이는 메밀국수 집에 가기도 하고, 바쁠 땐 메밀국수 집 가기 전에 있는 토스트 집이나, 그 맞은편에 있는 빵집에서 빵 사다 먹기도 해요. 매일 이 주변에서 드시려면 처음엔 여기저기 좀 다녀보셔야 할 거예요.
아마 계시다 보면 사장님 친구분이라고 자주 오는 분을 볼 텐데, 그분 오시면 3번에 1번은 가게 문 닫고 가게에서 닭이나 피자 시켜서 맥주 마시고 그러거든요. 뭐 강요는 안 하시는데, 앉아서 같이 이야기하면 재밌으실 거예요.”
“아, 네.”
뭔가 말을 덧붙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내가 시킨 국수가 먼저 나왔다.
“먼저 드세요.”
“네.”
내가 젓가락질을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녀는 잠시 창 밖을 쳐다보다 나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늘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긴 그렇게 바쁜 카페는 아니에요. 평소에도 자리가 다 차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오래 앉아 계시다 가곤 해서 처음 주문받고 나면 그다지 손이 많이 가지도 않을 거예요. 근데, 가끔 저녁시간에 여기서 모임 같은 걸 할 때가 있어요. 요즘엔 뜸한 것 같은데, 아까 말씀드린 그 사장님 친구라는 분이 모임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땐 저녁에 미리 자리를 만들어두고 거기서 모임을 해요. 아마 모임이 있을 때 사장님이 따로 설명해주시겠지만, 모임 하게 되면 주문이 한 번에 밀려와서 좀 바쁠 수 있어요. 그때만 주의하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사실 모임에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처음 오시는 분들이 아니라, 음료가 좀 천천히 나와도 크게 뭐라고 안 할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주문한 오므라이스가 나오자 그녀는 이야기를 중단하고 부지런히 계란 옷을 으깨어 소스와 계란 옷, 오므라이스 소스를 고르게 비비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까지가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전부 인지도 몰랐다. 인상 좋은 사장님에 이것저것 상세히 알려주는 아르바이트 선배에 뭐 썩 나쁠 것 없는 아르바이트 자리라고 생각하며 나도 뒤늦게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모임이라니. 무슨 취업 스터디 같은 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눈 앞에서 부지런히 오므라이스를 으깨고 있는 희은을 보니 말을 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빨리 왔네? 밥은 제대로 먹었어요?”
“네, 잘 먹었습니다.”
희은은 상당히 밥을 한 톨 한 톨 꼭꼭 씹어먹는 듯했다. 국수 한 그릇으로 그 속도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 천천히 국물까지 모두 쏟아 붓고도 한참을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악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빨리 왔다는 사장님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조용히 희은에게 물어봐야지 하고 있는데 그녀가 앞치마를 끌렀다.
“저 이제 들어가봐도 되죠?”
“응, 희은 씨 오늘 수고 많았어. 고마워.”
“저, 사장님은 식사 안 하시나요?”
느닷없이 혼자 남겨지게 될 것 같아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 난 들어오는 길에 챙겨 먹었어요. 희은 씨 이거.”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진규 씨? 오늘 만나 봬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봬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