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페 인디즈 - 4

by 익군

“희은 씨는 계속 나오는 게 아닌가요?”

“희은 씨는 일 그만둔지 꽤 됐어요. 오늘처럼 내가 갑자기 자리 비울 때 가끔 와서 도와긴 하구요. 희은 씨 일 잘 하죠?”

“네, 뭐...”

“아마 어디 가도 저 만큼 싹싹하고 일 야무지게 하는 친구는 잘 없을 거예요. 안 그래도 진규 씨가 일에 좀 익숙해질 때까지 같이 좀 봐달라고 했는데, 요새 학업에 취업 준비까지 많이 바쁜 것 같더라고요. 아깝죠. 저 만큼 일 잘 알려줄 친구도 드문데.”


희은에 대한 사장님의 신뢰는 단단해 보였다. 누군가에게 저 정도의 믿음을 받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평가를 받은 기억은 없었다. 학교에서 썩 눈에 띄는 학생 인적이 없었다. 진학 후에도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선생님을 찾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조금 부럽기도 했다. 나를 기억하는 선생님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나는 기억 속에 매우 희미하게 남아있는 학생이었다. 재수를 할 무렵 수능 시험 접수를 위해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조심스레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선생님이 없었다. 고3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나는 완전한 이방인 신세로 학교를 맴돌다 빠져나왔을게 분명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번 이상의 역할이 주어진 적은 드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슨 회의를 하면 서기를 하곤 하였는데, 그것도 죄다 혁수가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가끔 자리에 앉아서 무엇인가 끄적인다고 서기에 적합하다는 게 이유였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귀찮다는 생각도 컸지만, 그런 식으로 나의 이름을 불러준 친구가 그가 처음이라 내심 반갑기도 했었다.


“진규 씨.”

“?”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요. 희은 씨 생각해?”

“네?”

“아니, 얘기 잘 듣다가 갑자기 멍하게 있으니까. 하하. 관심 있으면 말해요. 남자친구 없는 것 같던데.”

“아, 아니에요.”


느닷없는 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지는데, 이걸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강하게 부정할수록 이상하게 보일게 뻔했다. 재빨리 다른 말을 찾으려는데, 사장이 한 발 빨랐다.


“뭐 젊은 남녀가 그럴 수도 있지. 그나저나 진규 씨는 여자친구는 있어요?”

“아뇨... 그래도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왜 없어요? 학교에 괜찮은 여자애가 없나?”

“글쎄요. 저도 졸업해서 잘 모르겠어요. 사실 취업 준비하느라 누구 만날 여유도 없고요.”

“이미 졸업했어요?”

“네, 뭐 정확히는 졸업 유예긴 한데, 학교는 안 나가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더 연애하고 그래야죠. 취업한다고 여자가 거저 생기는 게 아니에요. 어~ 오랜만이네, 어서 와요.”


넉살이라고 해야 할지,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혁수나 찬성이의 말에는 꽤 수월하게 대응이 가능했다. 그래도 이렇게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넉살 좋게 정곡을 찌르며 들어올 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늘 말문이 막혔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그런 점에서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를 필두로 8시를 전후해 여자 한 명, 커플 한 쌍, 그리고 남자 두 명 (각자 따로) 이 더 들어왔고, 어김없이 사장은 그들을 반겼다. 여자와 뒤늦게 온 남자 한 명은 거의 매일 카페를 방문하는 것 같았고, 커플과 나머지 남자 한 명도 꽤 주기적으로 오는 단골 손님인 듯했다. 한 명씩 주문을 하고 늘 앉을 것 같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나면 사장은 나를 불러서 그들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1. 카페 인디즈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