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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Apr 21. 2016

변명

습작 노트 시작!

 그간 브런치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마지막 글이 3월 13일인가 그렇고, 올해 쓴 글이 고작 두 개에 불과하니 방치라는 말이 적절하다. 뭐 굳이 따지자면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다. 여러 번 혼자만의 블로그를 열고, 방치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이 브런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브런치가 핵심은 아니다. 이번에는 글쓰기를 그렇게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쓰기 위해 쓰는 나를 위한 변명.


 사실 그간 글은 정말 많이 썼다. 많이. 분량은 많이. 좋은 글은 당연히 쓰지 못했고, 매번 긴 글을 쓰겠다고 깝죽거리다가 어느 정도 진행돼버린 다음에야 글이 망했다는 걸 깨닫는 패턴으로. 지금까지 쓴 글이 분량만으로 한다면 요즘의 얇은 단행본 한 권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분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크게 고민하지 않고 죽죽 갈겨쓰듯 써 나간 글인데 말이다. 그나마 그걸 통해 나는 이렇게 쓰면 제대로 망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는 게 나름의 위안이다. 거의 10만 자 가까이 쓰고 '아! 이거 망했네.'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그렇게 소위 말하는 주화입마에 빠졌다. 문예 창작을 공부해본 것도 아니고 소설이라곤 읽어본 적 밖에 없으면서 감히 그걸 써보겠다고 손가락을 놀린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글 쓰는 게 재밌다는 말을 입에서 떼놓진 않는다. 그리고 다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럼 써야지.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에는 소설가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건 '훌륭한' 소설가쯤 되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저 정도 정의에 어울릴만한 사람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그저 쓰고 싶은 것만 완성할 수 있으면 족하다는 말이다. 아직은 배고픈 소설가보다 해보고 싶은 일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쨌든 내 맘대로 쓴 글 한두 개 정도는 있었으면 한다. 그래 그럼 써야지.


 근데, 솔직히 아직은 좀 무섭다. 또 한 4~5만 자 적었는데 '아, 망했네' 따위의 느낌을 받을까 봐 말이다. 그래서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새로 쓰고 따위의 짓거리를 무한히 반복하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렇게 쓰고 쓰고 써서 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글을 만들면 그걸 온라인 상에 들고 나오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내 브런치에 똥글을 도배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웬걸. 이미 똥글이 잔뜩 발행되어 있는데, 이제 와서 아름다운 글만 보여드릴게요 라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그래서 변명은 마치고, 선전포고? 는 아니고, 다짐을 하자면, 이제부터 마음껏 똥글을 퍼부어 드리겠습니다. 정도 ('' )a


 이런 글 하나쯤 싸질러 두면 그다음부터 가다가 망하는 글을 써도 남들은 뭐래도 나는 좀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해서. 아무튼 똥글을 쓰기 위해 미리 똥글을 하나 질러 놓습니다.


그럼 진짜 이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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