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27
자정이 지난 시각, 지하철 안에선 심심찮게 알코올 향이 코 끝을 스친다. 긴 의자 중간 즈음 자리 잡은 남자는 어깨를 맞댄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쭙잖은 기세로 친구의 말을 끊으려던 남자는 되레 커진 친구의 음성에 다시 입을 꾹 닫는다. 입을 닫은 남자의 몸은 친구를 15도 정도 외면한다. 말을 뱉기에 여념이 없는 사내는 뚱한 친구의 표정도, 15도쯤 돌아앉은 몸짓도 읽어내지 못한다. 사내는 자신의 사정을 끝없이 쏟아낸다.
자정이 지난 시각, 지하철엔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가득 실려간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