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세상의 목소리 30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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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를 전후해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 상가에는 갖가지 음식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상인들은 좁은 통로 여기저기에 자리를 펴고 혼자 혹은 둘, 셋이 모여 점심을 먹는다. 그들의 식사에 방해되지 않게 몸을 조금 더 움츠려 복도를 지나지만 간혹 물건을 보기 위해 고개를 기웃거리면 옆 매대에서 밥을 먹던 주인이 급히 숟가락을 놓고 다가온다. 식사 중이신 데 방해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에 가게 주인은 괜찮다고 말한다. 음식물이 가득한 입을 가린 채 조심스레 대꾸한다. 그런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하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작년까지 하던 나의 일이란 것도 딱히 밥때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일을 하며 배달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게 당연한 일과였다. 일을 하며 먹으면 굳이 남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게 편하긴 했다. 밥을 먹다 입을 가린 채 누군가를 상대해야 하는 일도 드물었다. 그래도 가끔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해야 하는 일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따위의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루 세 끼를 맞춰 먹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어김없이 몸의 요구에 응한다. 그 모든 응답의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그저 빈 위장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온전한 의미로써의 식사를 바라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우리 일행이 자신의 매대를 벗어나자 주인은 다시 테이블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그가 우리를 혹은 그날의 식사를 어떻게 기억할지 알 수없다. 매 끼의 감상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듯 그도 대체로 별 생각을 하지 않고 그 날의 식사를 마쳤을 것이다. 혹은 우리를 성가시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잠시간이었을 것이다. 다만, 나의 한 끼만큼 그의 한 끼도 온전했으면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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