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31
방금 막 식사를 마친 대가족이 고깃집 앞 도로를 꽉 채우고 있다. 어른들은 밥 먹는 시간만으로 부족한 건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가 아버지의 바지춤을 잡고 흔들며 동생들과 장난친다. 아들의 손에 바지춤이 잡힌 아버지는 엄한 목소리로 연신 까불지 말라는 말을 뱉지만 이미 흥이 오른 아이는 들을 생각이 없다. 조금 더 하면 아이가 혼나겠구나 하며 지켜보는 데 아이가 능숙하게 아버지 바지춤에서 무엇인가를 집어 든다. 그러곤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 담배!’ 아이는 해맑은 웃음으로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조금 전까지 엄한 음성으로 아이를 나무라던 아버지는 순간 말문이 막힌다. 그러곤 궁색한 변명을 주워 삼킨다. ‘그거 삼촌 거다.’ 어른들의 웃음이 그 순간의 승자를 암시한다. 아버지의 음성은 더 이상 근엄하지 않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