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37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사내 넷이 불 판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다. 큰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순서 없이 오가는데 한창 이야기에 열중하던 사내가 느닷없이 목청을 높인다. 이야기의 맥락에서 한참을 벗어난 그의 외침에 일순 모두가 동작을 멈춘다. 사내의 오른쪽에 앉아서 흥을 내던 친구가 고기를 뒤집다 딱 걸린 것이다. 사내는 처음부터 집게를 오른손에 움켜쥐고 불 판을 지배하고 있던 차였다. 그의 외침에 순간 동작을 멈추었던 친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야유를 퍼붓는다. 머쓱해진 친구도, 불판을 지배하던 사내도 크게 웃는다. 집게 잡은 손이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는 제 궤도를 찾는다. 사내들이 기울이는 술잔에 맞춰 고기는 알맞게 익어간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