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청년

세상의 목소리 40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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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지하철의 긴 좌석 반을 차지하고 누워있다. 그렇게 곤히 잠들어있다. 간밤의 과음과 차고지에서의 밤이 형태 없이 그 위에 덮여있다. 사람이 제법 붐비기 시작할 시간이지만 그는 좀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누구도 그를 흔들어 볼 생각도 못한 채 옆으로 비켜 서있다. 역에서 열차가 정차하자 기다렸다는 듯 한 사내가 올라타 그를 흔들어 깨워본다.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공익근무요원이다. 그는 정중하게 청년을 몇 번 흔들어 보더니 역시 정중한 말로 내릴 것을 제안한다. 여전히 의식이 없는 청년은 대꾸가 없다. 요원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청년을 끌다시피 열차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곧 지하철 문이 닫힌다. 청년이 누운 자리는 이내 사람들로 채워진다. 청년의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와 함께 간밤의 과음과 차고지에서의 밤도 흩어진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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