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41
자수 기계는 미리 입력된 도안을 부지런히 천에 새긴다. 웬만한 사람들의 솜씨보다 정교하다. 실의 색도 알록달록 해서 고작 ‘ABC’ 따위를 입력했을 뿐인데 천 위에는 제법 그럴싸한 자수가 놓인다. 기계를 둘러싼 아주머니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제 막 간단한 조작법을 배웠을 뿐이지만 아주머니들은 이미 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신나게 아기자기한 수를 놓는 상상에 빠진다. 눈을 반짝이는 그들의 얼굴에 처음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배우던 아이의 천진한 모습이 스친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