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48
한 할아버지가 은행 창구에 큰 가방을 올려놓은 채 느릿한 움직임으로 통장 꾸러미를 꺼낸다.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은행원이 다그치듯 묻는다. ‘무슨 일 보시려는 건데요?’ 할아버지는 대꾸 없이 통장 꾸러미를 뒤적인다. 은행원은 미간을 찡그리며 작게 한 숨을 쉰다. 할아버지가 한 통장을 조금 오래 쥐고 바라보자 은행원이 대뜸 끼어든다. ‘그건 농협 통장이고요.’ 그러자 할아버지도 퉁명스럽게 말을 받는다. ‘나도 알아요.’ 할아버지와 은행원 사이엔 긴장감이 감돈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