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51
골목길에 자리했던 건강음료 배달 지점이 문을 닫았다. 겨우 대여섯 가게가 늘어선 짧은 골목 초입의 가게였다. 분명 어제 즈음까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실내가 텅 비어있다. 인테리어 공사로 내부를 환하게 밝혀놓지 않았다면 며칠이 지나도록 가게가 비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 작은 집기 하나 없이 텅 빈 공간과 마스킹 테이프로 덮인 전면 유리는 이 곳이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리라는 예고인 듯싶다.
텅 빈 곳에서 여자가 나오자 그 뒤를 어린 소년이 따른다. 아이는 엄마가 가게 문을 나서기 무섭게 행선지를 묻는다. 엄마는 그저 반대편 담벼락에서 가게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여자는 차가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 반대편에서 텅 빈 가게를 본다. 오른손을 들어 턱을 만지며 인상을 쓰는 폼이 자못 심각하다. 텅 빈 공간에서는 약간의 주황색이 감도는 빛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머릿속엔 완성된 가게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이도 덩달아 돌아선다. 아이에게도 텅 빈 가게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빛에 쌓인 공간을 바라보던 아이는 소리 내어 감탄한다. ‘우와!’ 엄마 머릿속의 그림이 아이에게는 보이는 걸까? 빛으로 가득한 텅 빈 공간 앞에서 아이는 동그랗게 뜬 눈과 어울리는 감탄사를 뱉는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