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목소리 55
허리 높이를 겨우 넘는 아이들이 지하철 문 옆에 잔뜩 서있다. 한참 자기들끼리 신나게 장난을 치는데 옆에 서 있던 선생님이 그들의 주의를 끈다.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니 놀이는 내려서 하고, 내릴 때까진 내리는 것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누군가 다음에 내리는 것이 맞냐고 묻는다. 옆에선 내리는 것에 집중하자는 말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 아이가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한 마디 한다. ‘선생님 길 잘 아네요?’ 선생님은 당연한 이야길 한다는 듯 아이를 내려다본다. 그러다 문득 이전 일이 생각난 건지 빠르게 대꾸한다. ‘선생님 원래 길 잘 찾아. 그때만 잠깐 헷갈린 거야. 그 길도 틀린 게 아니야. 그냥 조금 돌아간 거지. 많이도 아니고 아주 조금. 이 만큼.’ 엄지와 검지를 겹쳐 아주 조금을 강조한다. 아이들의 악의 없는 눈빛이 선생님을 수다쟁이로 만든다. 한참 이야기를 잇던 선생님도 자신의 변명이 머쓱한 듯 입을 닫는다. 빨리 다음 역에 도착하길.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