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허세

세상의 목소리 57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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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홀 안에서도 등 뒤에 앉은 무리의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등을 맞대고 앉은 그들은 얼핏 봐도 이제 갓 스물이 되었음직하다. 사내 둘은 맞은편에 앉은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듯 연신 말을 뱉어낸다. 한 문장을 뱉는 중에도 종종 뜸을 들이는 걸로 봐선 열심히 머리를 쥐어 짜내 겨우 말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야기는 여기저기를 건너뛰다 사법 고시로 넘어갔다. 스무 살 소년이 스무 살 소녀를 앞에 두고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어디선가 귀동냥한 일차, 이차, 삼차,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의 단어를 마구 섞어가며 떠들어 댈 뿐이다. 소년은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을 마주하며 부지런히 말을 뱉는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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