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행복

세상의 목소리 59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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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를 넘긴 시각. 사무실이 빼곡한 거리를 네 명의 여성이 나란히 걷고 있다. 가운데선 두 명이 이야기를 주고받자 바깥쪽에 선 이들이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걸음을 재촉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온 듯 음식 이야기가 한창이다. 점심 메뉴가 만족스러웠던 듯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으레 그렇듯 표정은 좀처럼 내뱉는 말의 감정을 따라가지 못한다. 제일 맛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무미건조하게 허공에 흩어진다. 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고 내뱉는 다음 한 마디가 인상적이다. 사소한 것에 느낀 행복. 교과서에 나올법한 문장을 덧붙이고 뒤늦게 짧은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표정은 이내 무미건조한 예의 그것으로 돌아가지만 그녀가 뱉은 ‘행복’은 미소를 지은 그 자리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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