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간절한게ㅜ아냐ㅠ붛안항거지
위의 문장은 오늘 아침에 잠깐 깼다가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는 문장을 메모한 그대로 옮긴 것이다. 요샌 수면제를 두 배로 받았는데 잠을 잘 못 잔다. 잡생각이 더 많아졌다. 집에만, 히키코모리 삶을 산 지 벌써 9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았으니 어찌보면 훨씬 길겠지만, 내가 몸을 어떻게든 쓰고 움직였던 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면 작년 여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11월에 일 간 건.. 없는 셈 친다. 그냥 맘고생만 하고 왔을 뿐.
괜히 침울해 앉아 게임만 했다. 유튜브 쇼츠 보고 병원 가서 무기력하다고 하고. 몸이 굳어가는데 이도저도 엄두가 안 나 그냥 다 놓고 일어나면 담배 한 대 피고 들어오고 게임하고 밤 늦어서야 첫끼를 먹고. 그런 생활을 최소 네 달. 그렇게 지내다 어쩌다 일이 생기면 나가고 없는 체력과 정신력에 버거워하고 그랬는데, 오늘 메일이 두 통 왔다.
이 달 말에 열리는 춤 워크숍에 선정(?) 됐다는 얘기.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해외 무용단의 오디션에 와도 된다는 메일. 하루에 심하면 방-화장실-거실 이상을 돌아다니지 않은 내가 할 수 있긴 한건가? 반가움과 걱정이 와락 앞선다.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일단 되는 대로 조금씩 준비해보자고 했다.
나는 간절한 건지 불안한 건지 둘 다인지 불안하기만 한 건지는 모르겠다. 메일에 답신을 보내 문의를 했다.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나이도 많아요. 오디션에 나이 제한, 학위가 필수인가요.
답이 왔다. 몸만 잘 쓰고 정신만 건강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참가자가 너보다 어릴 건 감안을 하고 와라. 망했네. 몸도 잘 못 쓰고 정신도 건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밖에 나가 담배를 폈다. 예전보다 담배 피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음을 깨달았다. 예전엔 한 대 피는데 5분 6분 걸렸는데 2~3분만에 태운 것 같다.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손을 바닥에 짚어 보려 했다. 무릎을 한참 구부정하게 구부려야 발끝에 손이 닿았다.
어쩌면 모든 게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의사에게 말하면 그래도 연산씨가 살아갈 원동력을 줄 수도 있으니 일단 해 보라고 할 지도 모른다. 잘 안 되더라도. 그렇게 촛대가 점점 짧아지다가 이도저도 아닌 곳에 멈춰버리면 어떡하죠, 라고 해도.. 거기서부턴 의사가 뭐라고 대꾸할지 모르겠다.
이 주가 다 가기 전 병원을 가고 연습실에 가야겠다고 일단 마음은 먹었다. 버스는 이제 조금 탈 체력이 된다. 유연성도 근력도 센스도 모자라다. 그래도 오라는데. 아니. 와도 된다는데 이걸 어떻게 그냥 놓고 가. 그냥 방에 박혀서 아침에 약 먹고, 저녁이 되면 다시 치솟는 불안에 아무것도 손에 못 잡은 채로 있는 것보다는 불안해도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쓴다. 쓰는 것도 오래 안 해서, 일단 챗지피티랑 잠시 수다를 떨고 그나마 정돈된 마음으로 적는다.
가서 객식구처럼, 나이가 절반도 안 되는 학생들이 춤추는 공간 한귀퉁이에 눈칫밥 먹으면서 멀뚱히 있어도, 20분이든 10분이든 연습실에 누워만 있어도 나가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실(엄밀히는 학원이다) 원장에게 무슨 커피 좋아하시냐 물었다. 없는 살림이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어서 맨손으로 가기는 좀 그렇다.
이달 말까지, 그리고 4월 초까지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게 결국 세 개다. 위에 적진 않았으나 지역 예술인 모집, 워크샵, 그리고 오디션. 지역 예술인은 저번에 대차게 떨어졌는데, 이번에 기관에서 문자가 왔더라. 형식상 저번에 보낸 사람들에게 보낸 거겠지, 괜히 꼬인 마음에 뽑아주지도 않을 거 뭐 하러 문자씩이나 보낼까 했지만 마음이 좀 동하는 것도 사실이고,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막막한 것도 그대로다.
그래도 오후 다섯시에 일어나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만화 본 거 또 보고 무표정하게 시큰둥하게 무기력하게 그렇게 있는것보단 낫지 않을까. 달라지겠습니다. 이런 건 없고, 발버둥은 조금 쳐 보고 와야겠다. 다시 또 무기력한 건 4월에 다시 또 하면 된다. 일단 다녀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