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너에게.
안녕, 승현아.
전화를 거절하니, 이걸 마지막으로 남긴다.
나는 2013년에 기억상실과
죽을 고비를 넘겼고,
너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지냈어.
나는 12년을 발 뻗고 잘 못 잤어.
이제 내 맘 좀 편하자고,
그 오해들 이젠 씻었으면 좋겠어.
정리를 하더라도 웃으면서 얘기하고 싶었거든ㅎㅎ
우리가 웬수도 아니고, 그 정도는 되잖아.
근데 네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나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고,
혹시 혼자 울고 있을까 봐..
너도 나도 사람한테 잘 의지 안 하고,
말도 잘 안 하잖아.
그래서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 한 번 하고
“이제 맘 편히 기대도 돼.”
그 말해주고 싶었던 거야.
우린 잘 통했고, 대화도 잘 됐잖아.
그런 인연, 세상에 참 귀한 거야.
근데 네가 그걸 받을 여유가
지금은 없어 보여.
많이 변한 것 같았고.
근데.. 변했더라도 난 다 괜찮았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기에 괜찮았어.
근데 네가 그걸 안 괜찮아한다면,
내가 2013년에 기억을 잃고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때처럼,
이젠 그냥 네 인생에서
잠시 물러나주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네가 지금 내 2013년만큼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걸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만약 네 인생이
지금 칠흑 같은 어둠이라면,
언젠간 괜찮아져서
나랑 웃으며 마주하길 바랄게.
그게 꼭 남녀로서가 아니어도,
나는 사람 대 사람을 바라는 거니까.
부디 오해하진 말아 줘.
그리고, 카톡 답 없는 건 좀 무례하다고 느껴.
혹시 다음에 우리가 또 보게 된다면,
그땐 그러지 마.
나는 네가 밉지 않아.
근데 너는 아직도 내가 밉고,
아직도 과거에 사는구나 싶었어.
그래서, 잠시 놓기로 했어. 나를 위해.
만약 네가 진심으로
관계 회복을 원하거나,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보고 싶다면
다시 태어나봐, 승현아.
하늘은 그런 거, 절대 무시 안 해.
내가 죽을 고비 넘기고
다시 태어났듯이.
누구랑 있든, 뭘 하든
숨은 꼭 쉬고 살아.
그게 꼭 내 옆 아니어도 되니까.
나는 큰 사람이야.
그 큰 사람의 반은
다 네 덕택에 컸고,
그러니까, 마음 준비되면
현실적으로 네가 너를
사랑할 수 있겠거든,
나한테 언제든 와, 편히 얘기해.
이젠, 난 다 괜찮아.
정말이야.
네가 누구 한 사람이라도,
정말 세상을 살면서
보호받길 바라.
내가 널 만나면 주고 싶은 선물이 있었어.
그거 꼭, 변화해서 받아가길 바라.
아프지 마.
그게 나 때문이라면,
이젠 더는 아프지 않을 거야.
이 메시지가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
누구 때문이라도,
어떤 환경이더라도
너의 소중함을 잊지 마, 승현아.
안녕, 내 첫사랑.
잘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