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못 잊어, 너 같은 여자 다신 못 만날 거 같아.

-나를 그리워했던 네가 우리의 어린 날, 이별 직후 내게 했던 그 말

by 이승현

5년을 만난 우리가, 자주 싸우고 자주 헤어지고 빈번한 헤어짐으로 서로가, 서로에 의해 지치고 힘들었을 때쯤. 우린 결국 서로의 손을 놓아버렸어. 그리고 담담한 척,

안녕을 말했지.




네가 매번 나와 싸우고 다투고 토라지고, 또 화해하고 그렇게 또다시 만나고,

그러다가 정말 안 되겠을 때쯤, 서로의 손을 과감히 놓았을 때

헤어짐을 밥 먹는 것처럼 반복하던 우리가 진짜 남이 되었을 때, 네가 이별 직후 내게 했던 그 말.

말도 안 되는 그 말.




"너 못 잊을 거 같아. 너 같은 여자 다신 못 만날 거 같아

이젠 너만큼 마음 줄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말했던 너는 내 예상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새로운 연인을 만나 잘, 살고 있는 걸로 난 알고 있다.




우리의 어린날, 여렸던 네가.

그리고 내가,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시큰거려 흔들릴 법도 했던 그날. 조금의 미동도 없이, 또 흔들림도 없이 그대로 각자의 길을 직진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후회 없이 마음을 다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후회 없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표현하고 또 사랑을 나누고 한마디로 할 만큼 다 해서.




서로가 서로에 의해 끌리고, 또 설레고, 자연스레 연결되던 그 지점이.

이젠 9.0의 대지진이 온 것처럼 와르르 다 무너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이 화장실 타일이 와르르 다 벗겨져 무너지듯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헐벗고, 아프고 상처받고 슬프겠지.




지진에 의해 내가 살던 터도 사라지고, 집도 없고, 의식주도 보장되지 않는 데다가

팔, 다리를 하나씩 잃었는데도 이젠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단 걸 우리는, 아주 잘 아니까.




그래도 우린 우리의 어린날, 서로가 서로에게 했던 패기 어린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진심이길 바랄 것이고, 누군가는 현실감 없는 얘기라고 나처럼 혀를 끌끌 차겠지만,

누가 무언가를 바랐든 간에 사실 그 당시, 진심보다 우리를 향한 진실은 더 단순하고, 투명하다.




바로, 시간을 이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별 직후, 아프고 고통스럽고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서로의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나는,

주룩주룩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에, 주책맞게도 대중교통에서,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운 적 물론 나도 있었다.




근데 그때 당시는 그게 주책이고, 창피했는데 우는 건 아주 건강한 감정이고 너를 비워낼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해서 지금 생각하면 난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나보고 너 같은 여자 다신 못 만날 거 같다고 날 못 잊는다고 말했을 때, 내가 코웃음 치며 아주 냉정하고도 자신 있게 말했었던 거 기억하지?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사랑했어도, 아무리 좋아했어도 다 지나간다고.

내가 이상형이라던 넌, 나 없으면 못 살 거 같단 넌,

지금 그곳에서, 다른 이와 함께, 언젠가는 싱그러울 거고

또 언젠가는 봄처럼 싱그러운 날이 지나 뜨거울 거고,

또 언젠가는 쓸쓸하고, 희미해지며 아주 많은 권태로움도 느끼겠지.

그리고 또 언젠가는 마음이 시리고, 춥기도 하겠지.

근데 있지, 그렇게 사계절 같은 하루하루 나날들이 다 지나고 너다워지는 순간이 오면 그땐,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실되게 한 번, 생각해봐.




"너 절대 못 잊을 거 같아. 너 같은 여자 다신 못 만날 거 같아

이젠 너만큼 마음 줄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라는

이 말이 네가 그 당시 내게 흔들리고 있어서, 혹은 네가 힘들어서. 혹은 나를 흔들려고, 또 혹은 미련이었을지도 모르지. 그것도 아니면 그 당시 힘든 환경에 사로잡혔거나,




그래서 내가 그때 말했지? 이 상황이 달라지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면.

못 잊는 건 없다고, 영원히 못 잊고, 영원히 마음 못 주고 영원히 아픈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주시거든.

너랑 이별하고 팔, 다리가 다 잘려 나간 듯이, 사지 반쪽이 잘린 듯이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슬프고 아팠는데,

"봐, 나도 시간이 많이 흐르니 이걸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잖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냉정하게 말은 했어도. 널 잊을 수 있을까 너만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마음 줄 수 있을까 내내 아프고 힘들어하며 고민했었는데,

역시 다 부질없더라. 시간이 약이더라. 내가 이상형이고, 나만큼 마음 못 주고, 날 절대 못 잊고

나 같은 사람 못 만난다는 너 역시. 맞던 맞지 않던, 잘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잖아. 나를 만나는 내내 나밖에 모르던 바보였던 네가, 가끔은 그립겠지.

특정 연예인보다도 나를 늘 0순위로 두던, 내가 제일 사랑스럽고, 예쁘다던 네가 말이야.

근데 그건 그 당시 너와 내가 그리운 거더라고.

현재의 시간은 우리에게 모조리 끝이 났고 또 다르게 흘러가니까,

그래도 내 이름, 늘 예쁘게 불러주고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당연히 날 잊었겠지만,

한 때는, 누군가의 기억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예쁜 잔상으로,

그 당시 예뻤던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워.

늘 나에게 휴식처이고, 오아시스이고, 나무같이 단단하고,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잘 될 거라고 말해준 너에게 몹시 고마워.

나를 만나면서 어쩌면 틀어졌을 너의 자존감과 자신감.

지금의 연인을 만나 무지갯빛으로 네 인생이 빛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절대 못 잊는다고 너 같은 여자 다신 못 만날 거 같다고 말해줘서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잠시나마 흔들렸고, 바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누군가에게 그렇게 빛나는, 큰 의미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

그리고 누군가에게 첫사랑 이상으로 그렇게 사랑받고 예쁨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고마워

그리고 너도 기억해. 누군가에겐 너 역시 빛나는 존재였었다는 걸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만나는 내내 넌 나에게 나만의 연예인 같은 사람이었어.

서툰 애정표현으로 당시 표현하지 못한 거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