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연애 때, 나는 혼전순결주의자였다.

- 오빠.. 저는 스킨십에 트라우마가 있어서요.

by 이승현

2012년,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동기 절친인

지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나 지금 오빠들이랑 술 자리 하는데 혼자 있어서

너 나와줄 수 있어? 송이는 나온대.. 넌?



뭐.. 나를 부르는데 친구의 부탁에

굳이 안 나갈 이유가 없었다.



'아 오늘 여기 나가면 나 번호 따이겠다..'

'아 귀찮은데... 내가 좀 나가주지 뭐.'



나는 속 마음으로 그렇게 읊조리곤

그 술자리에 나갔다.



아니다 다를까, 그 오빠는 지현이를 통해

내 번호를 물어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 참 되게 되게 용기 없네, 맘에 들면

직접 물으면 되지 무슨..'



어쩌다 연애란 걸 하게 됐다. 그 오빠랑,

좋아하진 않은 것 같다 나는.



부끄럽지만 외로웠고, 어렸고

다들 연애 좀 해에 이어 200번이 넘는

소개팅이 줄곧 지겹게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에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스킨십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고소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그렇게 맞지 않는 단추를 채우고 겉치레하듯이,

내가 연애를 할 때쯤 오빠에게 한 반년?

아주 곰곰이 고민하고 말했다.



내 첫 연애였으니까,



내가 스킨십에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하기 싫은 내 비밀까지 말한 건



지금이 너무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건데..

싫다는 건데,



고로 나는 천천히 가잔 의미였는데.

그 오빠는 잘못 받아들인 듯했다.



승현아, 원래 트라우마는 극복하라고 있는 거야.

극복해. 라면서 아주 쉽게 말했고 야 이 애송아~

하면서 우습다는 듯이 나를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날은 아마도 내 생일쯤..이었는데

식장산에서 갑자기 차를 주차하더니,



나에게 원래 트라우마는 극복하라고 있는 거야. 극복해~ 야 이 애송이야, 이 바보야 하며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아니 이 새끼가 미친 걸까.. 내가 방금 말했잖아.

천천히 가자고 나 귀한 사람이라고



좀 귀하게 대해달라고 뭐 애송이? 바보?

하.. 기가 막혀.'



생각보다 첫 키스는 별 것 없었다.

나만 가득 아플 뿐,



그렇게 안 맞는 연애를 반년쯤 희생하고

맞추더니 나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빠 우리 헤어져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고생하셨어요인가?



하도 오래돼서 좋은 기억이 아니라 다 잊었다.

감사히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땐 할 말을 다 했다.

꼭 오빠 같은 사람 만나세요. 파이팅!



상대방은 내게 꼭 백마 탄 왕자 같은 사람을

만나라라고 말했다.



웬? 이상적인 말?



그냥 내가 너무 순수해서 악담은 못 하겠고.

저렇게 말하나 보다 그냥 넘겼다.



결국 차단하고 헤어졌고.

오빠 길 가다가 다시는 마주치지 말아요.

우리 그럼 이만.



그 오빠도 그래. 다시는 보지 말자라고 했고.



내 별 것 없는 트라우마로 그 덕분에

3배는 가득 얼룩진, 첫 연애가 끝이 났다.



더한 사건도 있었지만 말도 꺼내기 싫다.



친구들은 내게 나 너 무성욕자인 줄..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근데 그다음 연애에는 내가 이랬다.

아니 손 잡고 싶은데 참고 입 맞추고 싶은데

참고 더 한 것도 하고 싶은데 다 참고.. 아악!



나 도저히 못 참아.

나 이러다 건조 오징어 되겠다.



친구들은 영화 보러 갔다며 둘이,

키스하고 싶으면 그냥 키스하지.라고 말했다.



그럼 나는 심야 영화 보는데 영화엔 집중이

안 되고 걔만 보이는데 어떡해..



아니 자꾸 키스하고 싶은데.

자꾸 선 넘고 싶은데 손잡으면 입 맞추고 싶고



얼굴 보면 키스하고 싶고

자꾸 집에 가기 싫은데 어떡해.



영원히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나는 승현이랑.



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야 승현아,

너 좀 변한 거 같아.

남석 오빠랑 사귈 땐 나 너 무성욕자인 줄..



이승현 진짜 임자 만났네..

임자 만났어.



아니 근데 내가 키스하고 싶은 거 참고

뽀뽀든 손 잡는 거든 다 참았어.



근데 같이 있고 싶단 내 말에..

맥도널드에 있다가 갑자기 나 집에 보냈어.



택시 태워서 집 앞에..

나만 좋아해, 나만. 이잉..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실제 그 당시 너를 처음 봤을 때 넌 내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참 비현실적이라고 말했고.



나는 홍조가 자꾸 발그레 해져 귀까지 빨개져서

두근대는 심장을 하곤 화장실에 가



뺨을 세게 후려치곤 간신히 정신을 차려야 했다.



왜냐면.. 너랑 있을 땐 물을 마셨는데도

술을 마신 듯이, 내 몸이 먼저 반응해

마구 취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무성욕자가 아니다.

첫 연애는 결코 내 임자가 아니었던 걸로! 땅땅~



이제부터 내 연애는 첫 연애란 없다.



그 사람과 시작할 사랑이 다 처음이자

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정의 내리는 나의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