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그날, 너는 대전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 튤립을 한송이들 고선 안녕, 하고 수줍게 웃었어.
나는 발그레진 두 볼을 숨기고 부끄러워 네 얼굴을 체 쳐다보지도 못 한 체 안녕하며 부끄러워 살포시 웃었지
그날의 기억. 너는 날지, 나지 않을지 나도 사실은 잘 몰라.
근데 그건 분명히 기억할 거야. 한겨울에 피지도 않는
튤립을 구하려고 내가 배시시 좋아하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대전역 인근 꽃집을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혼자 헤맨 거.
그렇게 우린 인연이 되어, 어딜 가도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연인이 됐다는 거 너 기억하지?
그리고 네가 공식적으론 그게 첫 데이트인, 그날에 내게 이렇게 말했어. "나 너랑 결혼할 거야"
내가 째려보며 말했었잖아. "너 미쳤어? 대체 날 뭘 보고 결혼한 단거야?"
황당하기 그지없었던 그때가 내 마음에 눈 녹듯이 사라지며 살포시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네가 했던 그 말에 내가 그때, 얼마나 화가 나고 얼마나 놀라고 슬펐는지 아니?
"음.. 넌 예쁘고 아름답고 그리고 착하고.."
냉담해진 내 반응과 내 표정을 그때 넌 느꼈을까,
"너 미쳤어? 넌 내가 예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으면 결혼하지 않는다는 거네? 결국 너도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구나."
그때, 기억나? 겨우 스물다섯 살, 여섯 살쯤 되는 애기가
너 미쳤냐고 너는 사람을 껍데기로만 판단하냐고했던 그때,
그때 넌 당황 한 번 않고 내게 말했어.
"아니지, 그건 부가적이야. 예뻐서 착해서 좋다지. 승현이가 그렇지 않아도 난 좋아"
근데 있잖아, 나는 첫 데이트에 나에게 너랑, 결혼할 거라고.
마치 확신에 찬 듯이, 말하는 네가 몹시 신기했고 정말 미친 게 아닐까, 날 언제 봤다고 싶더라.
그리고 나 알지? 5년간, 너 만나면서 비혼 주의 자였었던 거.
그리고 그거 알지? 저때도 마찬가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너에게 말했었잖아.
"난 너랑 결혼 안 해.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다람쥐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체 넌 내게 물었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나랑 결혼할 거야?"
다소 냉정하게, 도도하게, 그리고 내가 입을 뗐지.
"글쎄.. 너 하는 거 봐서."
근데 그거 알아? 우리 결혼은 고사하고 5년간 만나면서
정말 힘들고, 아프고 슬펐잖아.
지금은 말이야, 네 이름 하나 부르고 싶어도 글에 적고 싶어도 못 적어.
그게 헤어진 연인에 대한 작은 예우니까.
5년간, 고맙단 말만 하려는 건 아냐. 근데 넌 대단했어.
너랑 결혼하기 싫단 나를, 결혼이 싫단 나를
비혼 주의자라는 나를 설득시킨 네가.
지금의 난 결혼이 정말 하고 싶어.
언젠간 그때가 오면 반드시 하고 싶어.
남편 닮은 아이 낳고 소꿉친구처럼, 가장 친한 우리가 되고 싶어.
너 만나면서 아무리 사랑했어도, 결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변해도 아이를 낳고 싶단 생각은 한 번도 든 적이 없어.
근데 지금은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하면 남편과 나를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입봉하고 후에 잘 되면 남편과 부모님께 꼭꼭 한도가 없는 카드를 드리고 싶어. 그리고 남편에게 나 이제
이 정도는 벌어. 그러니까 이제 일 때려치우고 나랑 놀자.
라고 말할 거야. 너도 알지? 나는 받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보다 베풀고, 주는걸 더 기뻐했단 걸.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리고 내 느낌이 완전히 틀렸단 걸 잘 알았지만, 나의 글의 소재가 반이상이 아마 너일 거 같아서. 그게 드라마든, 문학이든 또는 영화든.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또 이 자리를 빌려 앞으로도 쭉 사랑에 대한 글에 네가 문득문득 등장해도 양해해줘,
나에게도 추억이고 한 낱 어린날의 패기였으며 사랑했었으니까 그땐,
그리고 있잖아, 이 자리를 빌려 말할게. 나에게 사랑 많이 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같이 해달라고 했던 것들 죽어도 싫다며 고집부리던 나였고, 할 수 없어서 못 하고 또 할 수 있어도 안 했지. 근데 있잖아, 이 얘길 다 꺼내면 내가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나는 지금은 많이 변했어.
네가 같이 해달라고 하던 것도, 싫다며 친구랑 하라고
또는 혼자 하라던 나인데.. 엄청나게 무리이고,
싫지 않으면 노력해 나도 이제.
네가 말한 게 뭔지 알 것 같아서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린다. 네가 말한 노력, 관계의 교집합. 싫어도 사랑하면 해주고, 참아주고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거 아니냔 뉘앙스의 네 말, 진짜 미안해. 이제야 이해가 가.
널 정말 사랑했는데, 그게 죽어도 싫더니. 되지 않더니..
지금은 네가 말한 게 모두 뭔지 이해가 가서 마음이 참 아프다.우린 고작 뻔한 이별을 한 것뿐인데..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가보여서 눈물이 난다.
고마웠어. 5년간 이승현 맞춤형 인간으로살아주고 나보다 너, 라는 마음으로 나만 사랑해주고다 세세히 하나부터, 열까지 섬세하게 맞춰줘서.
네 입장돼 본 적 없어서 잘 몰랐어. 이렇게 이해가 가고
네가 가엾단 생각이 들 줄이야. 물론 나도 그랬겠지만..
너도 헤어지고 한 번쯤은 내게 미안하고, 내가 가엾고
내 노력에 대해 떠올렸길 간절히 바랄게.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었던 때에
너와 함께이고 싶어서 불안하고, 또 눈물 흘리면서.
너한텐 체 말 못 했어.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았던 네가,
너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 만났길 바라본다.
다신 못 보겠지만, 혹시라도 한 번 우리가 마주친다면 너랑은 못 했던 모든 것들. 다 잘하고, 잘 즐기고 내 남자 친구를 향해 예쁜 미소 짓는짓궂은, 나를 그땐 투명하게 잘, 한 번쯤은 나도 보여줄게.
헤어질 때 못 웃어준 거. 배로 예쁘게, 배로 웃어줄게
자랑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넌 내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다고 느끼고, 이상형이라고 느낄 만큼 아름답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문득 내 남자 친구는 나보고 그러더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세세히 잘 기억 못 하는 것만 같았는데 나에게 그러더라.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다고 너랑 같은 게 MBTI 빼곤 아무것도 없어. 푸핫 너무 웃기지만 나 이런 사람이랑 이렇게 잘 만나고 있어. 서로 소식 전해 들을 일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지만,나는 이제 앞으로 결혼을 할 거라면, 적어도 5년 이상은 만나지 않으려고. 이 말뜻 참 애처롭지만, 너는 잘 알 거라고 믿어.모른다면, 네가 날 덜 사랑했거나.나를 정말 몰랐던 거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고마워.
나랑 헤어져줘서,
그래서 나 지금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났고.
너도 알지? 나는 프러포즈를 의미 있게, 내가 기획한 대로
또 직접 하고 싶어 했던 거. 그 주인공이 이젠 네가 아닐 뿐,
먼 훗날, 나에게 그런 때가 오면 나 역시, 용기 내
프러포즈할 거야. 좋은 사람에게 감동적이고 멋진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기횔줘서 정말 많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