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20251014 화

by 이승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왕자나 왕이,

공주나 한 여자를 구하는 구원의 서사를

되게 싫어했다.



정확히는 그게 꼴사납고 시시했다.

내 인생은 내가 구원해, 어디서 왕자? 허..



왕 주제에.. 여긴 전생 아니고.

21세기라고 이거 왜 이러셔~



그리고 그 속담을 난 좋아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나는 내 스스로 돕는 자로 하늘이 구원하지,

신이 날 도와주지.



한 낱 그 남자 따위가 고작 그 남자가 뭐라고 이래?

내 인생에 싶었다.



고작 남자 아니고 현생에서,

아직도 아픈데 그 기억은..



나 그냥 죽더라도 승현이 옆에 가서 죽을래.

엄마 나 좀 제발 보내줘..



승현이랑 약속했어.



나도 감히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여자든 남자든 늘 동등해야 하고.



즉 평등, 그리고 남자가 한 낱



내 인생을 살리는 게 아닌 내 사람.

내가 직접 구원의 서사에 뛰어든다고



내가 늘 지켜주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사주도 난 구원의 서사라고 했는데..



눈물이 난다.

하늘이 나를 왜 이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게 했는지,

하늘이 날 왜 이런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다 알 것 같다.

이젠 하늘을 향해 다 내려놓을 차례다.



그 구원의 서사, 사주 난 안 믿을 거다.

한 낱 인간의 힘으로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인연이라는 건,

칭칭 감긴 홍연이 다 실타래를 풀고



내 스스로 널 구원하는 게 아닌

이젠 인간이 아닌 하늘이 구원할 거다 다.



엄마랑 친구, 지인들이 그랬다.

진짜 인연이면 하늘이 다 도와줘.



하늘이 알아서 해 진짜.

그리고 진짜 인연이면 연애?



아니 결혼했어도 다 끝나고 다 정리되고.

너한테 돌아와 그게 인연이야..



정말 눈물이 난다.

네가 잘 지내길 바랐는데..



나랑 다시는 엮이지 않길 바랐는데.

나보다 훨씬 더 조건 좋고 나보다 건강한 사람,



만나면 나 때문에 더는 네가 안 울고

평생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건 내 탓이 아니란 걸 잘 알지만

내가 죽을 고비로 그 기억 상실로,



그동안 잠시 널 떠나 있던 그 시간에.

네가 그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그렇게 기도하지 말걸.



마음이 다 아프다.



p.s 나를 기억도 못 하게 해달라고,

나를 평생 다 잊게 해달라고 내내 소원했지만..



하늘은 우리가 전생의 배필이란 이유로

하늘이 정한 인연이란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영원히



느낀 감정: 후련, 감사.

BGM 솔지- 하루

이 눈물의 의미는 하늘의 정화입니다.

이젠 기를 쓰고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는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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