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파도에서 바로 서게 되는 법을 배운 시간들,
한 때는 내 감정의 파도가 나를 가득 집어삼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흔들리는 파도 위에서
제대로 한 손으로도 균형을 찾는다.
양극성 장애 1형에서 2형으로
바뀌었다는 건 나랑 단순히 약이 잘 맞았다거나,
질병 치유기가 아닌 나를 사랑하고,
뼈저리게 헤아리게 된 10년여 기간 동안
아주 고군분투기다.
나는 20대 때보다 더 단단해졌으며
성실하게 이겨내는 법을,
그리고 성실하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만난 건 내가 좋아하는
무수히 반짝이는 것들, 나의 사랑하는 글.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었다.
근데 12년 만에 이제야 안 그 사실은,
나를 사랑하는 그 사람은 늘 나를
헷갈리게 한 적이 없다는 그 사실이었다.
그는 나를 헷갈리게 한 적이 없다.
나를 헷갈리게 한 건 그가 아닌
다름 아닌 불투명한 그 세상이었다.
승현아 이리온~ 여기야 여기.
네 눈으로 봐, 어때 잔뜩 반짝이지?
이게 진짜야.
봐 아-
나를 자꾸 꼬셔 자꾸 회유하게 만들어
진짜 반짝임과 가짜 반짝임을,
그 10여 년의 시간 동안
결국 세상은 그걸 나로부터 다 구분 짓게 했다.
나는 이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해,
나는 이제 세상에 너와 네가 아닌걸 다 구분해.
이게 내가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눈물로,
성실하게 스스로를 헤아린 그 덕이었다.
눈물을 펑펑 쏟아 다 헐어버린 내 심장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아~ 다시 심장이 뛴다.
참 다행이다.
가짜와 진짜를 승현이 넌 구분 지을 줄 아는
그 영특한 소녀가 마음 하나에 가득 살고 있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극성 장애라는
내 질병은 나를 울게 했고,
나를 무수히 웃게 했으며 그 미운 세상과
융화되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 했다.
이게 내가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누군가 내게 틀렸다고 말해도,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해도
다르다고 눈치 줘도 나는
이제 손가락도 까딱 안 한다.
왜냐고?
세상아, 네가 가짜 반짝임에 취해
나를 흐느껴 다 울게 만들었지?
세상아 네가 가짜 반짝임에
나를 던져 목놓아 다 울게 했지?
나는 한 번은 그래 그럴 수 있어.
근데 두 번은 안 속아.
부서지지 않는 아주 고운 모래사장의
한 알 한 알 모래알이 되어 나처럼
지금도 양극성 장애와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나는 기꺼이
응원하는 사람이 될 거야.
p.s 세상아, 잘 두고 봐. 나는 진짜거든..
너처럼 가짜 반짝임이 아니야.
하늘에 우러러 영원히 빛을 잃지 않는
그게 나야 나.
그래서 그 십 년여 시간 동안 나를
세상 밖으로 못 나가게 다 가뒀던 거지 너?
내가 너무 반짝이니까,
내가 너무 진실된 빛이라서.
그래, 고마워 너라는 세상이
파도로 다 집어삼킨 덕에
나는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