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마운 너에게

- 극본 이승현 자막을 보면 누구보다 눈시울이 붉어져 기뻐할 당신께.

by 이승현

너 그거 알지 내가 네가 해준 촉촉한 계란 프라이에 햇반, 배추김치 별거 없지만, 그걸 가장 좋아했던 거 그리고 네가 생일에 해준 반찬들과 미역국.

김치찌개, 진짜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아빠처럼,

다 해줬던 너.



자기야, 햇반양이 너무 많아서 나 210g 다 못 먹겠어, 남겨 남겨, 내가 먹을게. 그럼 간 칠하는데 애초에 덜고 먹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라는

내 말에, 스스럼없이 괜찮다고 내가 먹겠다고 말했던 너.



난 흰쌀밥은 싫은데.라는 내 말에

묵묵히, 듣다 다음엔 흑미밥으로 사다 둘게 했던 너, 햇반 딱딱해서 싫어, 했더니 흰쌀과 흑미쌀을 사다 따뜻한 갓 지은 밥을 해준 너.



카드 지갑이 필요해서 내 거 구매하는 김에

자기 것도 샀어 짜잔!



네가 좋아하는 결의 가죽 아닌 거 다 아는데도 예쁘게도 날 보며 웃으며 이쁘네, 고마워. 자기야 잘 쓸게,라고 말해줬던 너.



거기에 써져있던 문구 혹시 생각나?

빨간색 내 카드지갑 (지금은 잃어버렸지만)엔 영어로 영혼이 따뜻한 작가, 라는 문구가,

금색으로 적혀있었고 검은색 소가죽의 네 카드 지갑엔, 내 기억엔 아마도? 영혼이 따뜻한 해피 수.

라는 문구가 영어로 적혀있었던 거 같아.



너는 그만큼, 따뜻한 아이니까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어.



햅수, 이거 진짜 오랜만에 불러본다. (마지막으로, 부를게. 내가 만든 참 귀여웠던 네 애칭.)

햅수. 이제 와서 이런 말하기 참 뭐한데,

용서해 달란 말도 아니고. 원망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그냥 나도 맘 좀 편해지고 싶어서.



그때, 엉엉, 꺼이꺼이 소리 내어 채 울지도 못하고, 악, 하는 소리도 채 내지도 못 하고.

내내, 나는 속으로 끙끙대며 내 집에 있던 스파클 플라스틱 물병 던지고,



그렇게 독하지도 않으면서 내내, 네 앞에서 독한 척해서 너를 더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 얘기 진심으로 꺼낸 건 거의 처음이다.

나도 내내, 그때 일 맘에 걸렸었고,

그래서 그 트라우마에서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어 이렇게라도 솔직해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늦은 사과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미안해. 그때 얘기했어야 하지만 이렇게라도 용기 낼 수 있어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햅수! 두 번 다신 못 부를 너의 애칭..

그때, 그때 말이야. 솔직하지 못한 거

나쁜 년 코스프레하며, 속에 맘 꾹꾹,

음식물 쓰레기 더미처럼 담아두고 자연스레 흘러내리게 하지 못 한점. 너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그래서 참 많이 미안해.

이제는 부디 정말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정말 많이 힘들었었잖아.



우리의 어느 날에 전부였던, 그 이야기들로

네 마음에 낸 구멍이 서서히 메워지길 바라며.

(내 마음에 생겼던 네 주먹만 했던 생채기들은, 어느새 아물어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자랐어.

내내, 새싹이 죽어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공과 사 구분 잘하는 너지만, 그래도!

'극본 이승현' 이 세 글자 보고 너무 많이 울지 마.



그리고 햅수, 5년 만난 너보다 다른 사람 편이 되어서 선택해, 라는 너의 그 극단적인 말에.

나는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창백해져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내내, 울다가,



숨을 참다가, 숨을 몰아쉬며 우리 그만하자, 깔끔하고 담백하게 극본 쓰듯이, 짜인 듯이.

말하고 싶었는데 나 그때, 네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내 소맷자락 잡고 내 손 간절히 잡으면서

제발 울어, 승현아. 제발, 울어.

내가 다 잘못했어. 너 이런 애 아니잖아

왜 혼자 나쁜 사람인척 하려고 해라고 말하는데, 거기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

(차라리, 네 탓을 하라는 너. 나는 그러지 못했어

네 말대로 나는 따뜻한 아이니까)



네가 나를 안으며, 위로하려 했을 때도

나는 강한 척, 나쁜 년 코스프레를 내내 했지만

어떤 변명도, 핑계도 대지 않을게.

네 입장에선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까. 그래, 이젠 이해는 해,



하지만 너 역시 나에게 속상하고 실망했듯이,

나도 처음으로 믿었던 인간에게,

모든 마음을 다 준 너에게. 정말 실망했고,

많이 속상했고 너 만큼이나 상처받았었어.



어쩌면, 그 상처란 건 꽤 주관적이니까.

내 생채기가 아무리 먼지만 해도 우주만큼 아플 수도 있는 거거든.

상처도, 경험도 모두 주관적인 거니까.



우리가, 그때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날 좀 이해해주면 안 되니. 서로 날 새우고 상처 주고받고 실망하고 속상하고, 핑계 대고 이유 대고 변명 둘러대는 것 따위 이젠 난 안 해.



나는 당당하고, 너를 사랑했던 것 또한 0.01의 후회도 전혀 없어. 다시 돌아간대도 나는 너를 만났을 거고 또다시 돌아간대도 너를 사랑했을 거고 그리고 또다시 돌아간대도 나는 채 울지도 못하고 너무 놀라고, 너무 슬프고 너무 상처받아

결국, 너와 영영 이별했을 거야.



더는 서로 어느 변명도 핑계도 대지 말자.

너는 그 계기로 나를 홀연히 떠났고,

나는 선택하란 그 말에 너무 놀라, 너무 상처받아서 속으로 끙끙대며 울면서 너를 홀연히 버렸어.

그래, 참 많이, 미안했고, 고마웠다.



(솔직히, 누군들 안 그러겠어. 근데 지금 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너는, 안 그럴 줄 알았어.

하늘이 두 쪽 나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도 너는 다를 줄 알았고. 내가 매번 간이식 예를 들었었잖아? 맞으면 나는 기꺼이 너한테 줄 생각까지 했었던 사람이야. 무서워도 내가 당장 못 깨어나도 그때는 네가 내게 내 목숨이나 다름없어서 내 핸드폰에 우리 애칭 사라지는 거

너 내내, 서운해할 때, 내 핸드폰에 내 목숨 옆에 심플하게 하트 하나, 이게 진짜 내 마음이었어. 네가 믿을진 모르지만,)



근데, 나는 알아.

누구보다 내 이름 세 글자 보고

좋아할 네가 눈에 선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부디.

물론, 너도 알다시피 나도 정말 어여쁘고

다신 없을 좋은 사람이지만,



나도 승승장구하고 바로, 여기서, 누구와 있든

뭘 하든 행복할게.



민토도, 차기작도, 열심히 봐줘.

정말 열심히 기획하고 집필했어.

너한테 꼭 하려던 말이 어쩌면, 주인공을 통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민토 끝내면 너에 대한 지나간 기억에 웃고,

차기작 끝내면 아팠던 기억 모조리 보내줄게.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라 무드 없다던 나로 돌아와 다음 작품도 열심히 쓸게.



너만이 알만한 것들이 드라마 속속들이 많을 거야. 너만이 알아볼 수 있는 것들. 눈 크게 뜨고 찾아봐.

네 생일에 이벤트 하며 풍선 불고 네 침대에 몰래 숨어있다가 네가 감동받아 울길 바라는 나야.

기억하지? 그때, 너는 그저, 눈물만

그렁그렁했지만, 이젠 민토 보고 행복해서 울어주라. 맘 아프니까 너무 많이는 말고.



네가 예쁘다고 했던 그 미소는 이제 그 누구도

아닌 열렬히 나를 향해있어.

나는, 지금 정말 정말 행복해. 누가 아니어도

연애 감정 다 떠나서 다 좋아.



행복해, 정말로. 그러니까 너도 앞으로 내 드라마, 너무 많이 울진 말고 행복하게 봐줘.

나도 그럼 멀리서나마, 묵묵히 내 갈길 가며

널 응원할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래. 서로 안부는 전하지 말고

내 안부는 이제 TV로 봐.

안녕. 햅수! 가장 찬란했던 때만 이젠 각자의 길을 걸으며 기억하자.



안녕, 햅수. 그리고 찬란했던 우리도 안녕!

그때도, 지금도 어김없이 예쁜 그때의 꼬미도

이제 그만 안녕.



p.s 전부가 아닌 전부에게.

이 책이 세상에 출간돼도 너무 많이 울지 않기.

(약속!! 나랑 약속해 줄 수 있지?)

물론, 나는 그동안 노고에 힘듦에 오열하겠지만.

행복해라, 햅수! 그리고 현이도.


아 오랜만에 너랑 봤던 냉정과 열정사이 봤다.

꼭 우리 같더라 이젠 추억에 활짝 웃을 수 있어,

그래서 감사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