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옆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서 키스할 순 있겠어?

그 질문이, 나에게도 바로 돌아올 줄이야. 하하하.

by 이승현

그놈의 키스. 나는 순수해서 모르쇠로 내내, 일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수했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퍽. 그래서 (누가 다가와도) 시작도 퍽 (잘) 안 했지만.



친구는 고민상담을 했고, 나는 내내 듣고만 있었다.

다른 내 친구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 키스할 순 있겠어?'



아니, 좋은 사람인 거 알겠고. 애매한 것도 잘 알겠는데. 그래서. 너, 키스할 수 있겠냐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둘을 쳐다봤다.

그저, 내일이 아니라서 재미난 구경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인데, 마음도 그런 것도 같은데. 애매한 내 친구를 위해.

친구는 또다시, 팩폭을 했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래서 너 그 사람 마주 보고, 키스할 순 있겠어?

네가 감정적으로 좋은 것도 같고 애매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도 같은 것.

여기 다 알아, 그래서 키스 가능하냐고!



히히. 점차 심오해지는 얘기들 사이로,

나는 내 일이 아니라 더 재미난 풍경 구경하는 양 재밌어했다. (물론, 속으)



연애라는 분야에 그 당시에 내가 빠삭할 정돈 아니라 묵묵히, 입 다물고 듣기만 했다.



어느 날은 위로가 필요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때가 나처럼. 아주 많이, 내 친구도 있었을지도. 혹은 있을지도 퍽, 모르니까.



괜히 아는 척한다고 내 경험에 빗대어 상대를 평가하고 편견 가지고 이리저리 휘둘리게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고작, 친구면서. 그게 과연 뭐라고.



판단은 그게 뭐든, 친구의 몫.

그 친구를 곁에서 내내, 지켜봐 주고 싶었다.

나는 그 친구의 친구니까. 그 이상을, 곁에 머무르며 친구라는 자격으로 휘휘,

아무렇게나 휘둘러 그 친구의 마음을 심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는 비교적 빨리 해답을 찾았다.

'키스할 순 있겠어?'



그 친구의 상담이 지나고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내 귓가에 내내, 맴맴 돌았다.



말도 안 되는 게 연애 그거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손 잡고, 여행 가고 키스하고. 그 이상의 스킨십도 전혀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겨웠으니까, 나는. 대학교 내내 누가 다가오는 것도. 과팅, 미팅. 소개팅. 다 부질없다고 느낀 여린, 꼬꼬마였으니까.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와 행복하게 마주 볼 수 있단 재미. 딱 그 정도면 됐는데.. 난,

근데. 망할 연애. 누가 한다고 했냐고요!

왜 다가오냐고요. (다가오면 무서워하는 st이었다. 대학교 때 그저, 나는.)



친구가 딴 친구에게 묻던 그 질문이,

마치 바람처럼, 스쳐와 내 자리,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러니까. 너도 똑같아 ○○처럼.

지금 애매한 거라니까.

너 똑바로 봐. 그래서 그 선배가 좋아?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내가 좋다고는 안 했어.

선배가 말한 거지. 내가 좋다고.



이거 이거, 아주 남자 여럿 울리겠구먼!

위험해. 이승현!



내가 뭐가. 나 같은 애가 또 어딨다고.

나 그래도 여우는 아닌데 (그때 누구보다 해맑게 웃었다.)



미치겠네 나 진짜. 너 때문에,

너는 야. ○○이보다 더해. 그래서 어쩔 거야 이제?



뭘 어째, 바람 불듯이, 그냥 그렇게..

바람이 왜 부는지 사람들이 왜?라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과연 있어? 아니지, 그게 많아?

당연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저, 당연하니까.



그냥, 스쳐갈 인연이면 가겠고

아니면 뽑히겠지. 그리고 내 인연 맞는 거면 스쳐가지 않고 잘 스며들겠지?!

(당시, 내가 너무 평온했는지. 친구는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누가 이승현 아니라고, 그래서.

너, 키스할 순 있겠어?



야. 무슨, 나 아직 사귀지도 않았거든?

그 선배가 좋다 한 거지. 내가 그 선배가 좋다고 했다고 해서 내가 바로 사귀어야 돼?



야, 이승현. 너는 진짜 내 생각을 초월한다. 리스펙, 내 친구지만 진짜! (엄지 척)

(친구는 상당히, 난감하고 황당해했다.)



뭘 또 그렇게까지. 그냥, 고백에 꼭 의미 있는 대답으로 대응할 필욘 없잖아?

나도 사람인데? 나도 감정이 있고.



그러니까. 너 그렇게 질질 끄는 것도 아니지 않냐.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그래서 키스는 가능하냐고!



아니. 키스가 뭐야. 난 선배랑 손 잡는 것도 영원히 상상이 안 가.



이런. 젠장. 너 나쁜 여자야?!

아님 오늘부터 진짜 나쁜 여자 하기로 한 거야?

왜 그러지 진짜. 사귈 거야, 말 거야?

왜. 아직도 애매해?



그랬다. 상당히 애매했다. 내 속도는 1km인데.

상대는 70km로 나에게 달려오니,

좋기보단 늘 부담스러웠다.



한 사람만 그랬다면, 저 사람이나, 내가 문제거니 했겠지만. 늘 그랬다. 나는 늘, 회피했고.

그 회피의 원인엔 상대도 반듯하게, 있었다.

(지금은 노력으로 전혀 회피하지 않지만.)



매번 나를 향해 어떻게 같은 마음으로,

70km 이상 달려올까. 싶었다.



친구가 말한 키스는 가능하냐고. 에 대한 대답은 늘,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지.

어렵다, 그렇다. 가 아니었다, 내 대답은.



그냥 그 선배가, 막 좋진 않아. 내 스타일도 아니고, 다 아니야.

친구의 눈은 안 그래도 큰데, 더 동그랗고 커져서는 나를 나쁜 여자, 취급할 것 같아서. 나는 그냥 대답했다.



애매한 것 싫고 애매하면 지구 저 끝까지라도, 쫓아가서라도 아닌 건 아닌 것.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데.

그거 이제 다 부질없어서, 그리고 선배 말대로 천천히 알아가면서 좋아질 수도... 있겠지?!

키스는. 그 이후고,



친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사귀는데 스킨십을 어떻게 안 하냐며.

싫으면 지금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그냥, 계속 미루고 덮고 안 하면

졸업 내내, 연애 같은 건 안 할 것 같아서.

선배한텐 좀 미안하긴 한데.



확실히 하고 시작하는 게 내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애매해. 나는,

키스고, 뭐고. 전혀, 상상이 안 가. 여전히,



지금 상상 안 가는데,

퍽 사귀면 과연 더 상상 갈까?

네가 다칠까 봐 그래. 확실히 해두자.

그리고 시작하자.

친구는 늘, 내 걱정뿐이었고.



차일피일 미루고 내내, 덮어두면 연앨 안 할 것 같단 핑계 아닌 핑계로 선배와의 연애를 시작했다.

(같은 과도 같은 학교도 아닌데. 아마 나는 오빠가 아닌, 선배. 이 두 글자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망할 드라마.)



친구가 말한 키스는 가능해?

그 사람 얼굴 보고 키스는 할 수 있겠어?

솔직히, 할 수 없었다.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거나. 뽀뽀라거나.

어깨에 기댄다 거나.

뭐든, 난. 다 어색했다. 그리고, 내내 몰랐는데.



'내 친구가 그 사람 얼굴 보고 키스는 가능하고?'라고 묻던 그 이야기가,

키스에 내내, 내 친구가 집착하던 게 ,

선배와 키스를 했을 때 퍽, 이유를 깨달았다.



키스는 가능하지 않았다, 전혀.

생각해 보면 손을 잡던 뽀뽀를 하던 뭘 하든 간에, 좋아야 가능한 건데.



좋아도 그 사람 머릿결, 머리카락 끄트머리만 보고도 싫증 나고 갑작스레 싫어지는 게 사람인데.

난 그걸 간과했던 거다.



나는 당시, 시속 1km에 늘 머물러있고,

상대가 100km를 넘어섰을 거라곤 체 생각지 못 했다.



내가 행동하지 않는 게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여기진 못 했던 시절,



그저, 내가, 내 성향이. 그 당시엔 다정하기보단 시크하고 차갑고 냉철하다 못해 예리하고

예리하다 못해, 표현하지 않던 그 시절.



내가 너무 차가워 선배는 늘, 아이스크림이냐고 물었고.



내가 너무 도도해, 얼음공주냐고 선배는 늘, 내게 물었다. 그냥 내 성향도, 성격도 어느 정도 묻어났겠지만,



친구가 물었던, 그렇게 집착해야 할.

꽤, 중요한 사안인.

'키스는 할 수 있겠어?'에 대한 대답이,



그 선배와 키스를 했다기보다, 키스를 당했을 때.

떠올랐다. 그놈의 키스.

(현재는) 내가 좋아하는 키스,

당시, 내가 먼저 다가갈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으로

키스해야 하는데.

왜 나만이 다른 곳을 널찍이 바라보고.

선배는 나만을 바라봐 줬을까.



이제는 그때보다 조금 더 자라,

그때보다 조금 어리지 않아서,

이해한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키스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앞으로도 내 친구가 한 말을 자주자주 떠올릴 것 같다. 내 스타일이어서,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등등의 이유로..



키스. 가능할까?!

그 기준이 키스인 게 확실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남녀 사이에 스킨십만큼 더 확실한 게 있을까.



수줍게 난 키스가 좋아,라고 토끼처럼,

말했던 어느 날의 나와,

너무 놀라, 눈을 토끼처럼, 가만히 깜빡이고 있으면 먼저 내게, 다가와 내 입술에 마주하던 그 시절,



누군가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 그런 건 아무래도 이젠 다 괜찮다.

스쳐갈 뿐이니까,



다만, 앞으로는 마음속에 책처럼, 새기려고.

저 사람과 나 키스는 가능할까? 그게 아니라면, 만나지도 말고. 사귀지도 말고.



그때의 아릿한 내 경험이, 내 경험의 폭을 넓혀줬고.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키스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땐, 스킨십이 퍽, 싫었지. 지금은, 키스가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