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이승현을 기록하다. 역시 드라마는 눈물을,

흘려야 제 맛! 시청자에게 진짜 눈물을 바란다면,

by 이승현

그냥 지금 울어. 다 괜찮아

(대충 극본 쓰며 많이 울으라는 뜻..)



이제 ON이야! 자, 이제 울어볼까.

하며 노래를 켜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예~전엔 몰입해서 제 감정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디서 호흡해야 할지

어디서 피식해서 할지.



어디서 울어야 하며

어떻게 더 처량하게 울어야 할지.



내가 잘 경험해서 그걸 또 극 중 배우에게

잘 전달해야 하지 않나 싶어 진다.



아마 그게 내 직업의 사명감이지 않나.

싶어지기도 하고.



또 그걸 감독이랑 같이 하나의 합으로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이제는 제법 잘 빠져나온다.

내 감정에서,



아마 off일 때 연기 원데이도 하러 가고

뮤지컬도 보고 향수도 만들러 가고

하고 싶었던 걸 하나씩 차곡차곡,



그렇게 이승현의 삶을 건강하게 잘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또 건강한 삶을 동경도 해본다.



ON이야, 를 마치고 OFF가 되면

소름 끼치게 내 모습은 변한다.



원고 쓰며 서럽게 울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늘은 쌀 쑥 프렌치토스트 어때,

아니다. 그냥 소고기를 구울까? 깻잎 콜?!



나 제법 몽실몽실 여리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엔 이런 내 모습이 상당히 익숙지가 않았다.



그냥 단지 이런 내가, 내가 아니라고만 생각했다.

난 꽤 충격적이었음.... 그땐



근데 한 해를 거듭해 더 나이가 들며,

느끼는 건 스트레스에 취약한 인간에게.



ON&OFF를 잘 즐겨 스위치를

잘 끄는 훈련이 되어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나는 말랑말랑한 사랑을 시작하는 신도

잘 기획하는 편이지만,



사실 난 문학이든 대본이든

오래 참고 고통스럽고 내내 절제하다가

참고 또 터뜨리고 절절하고 이별하고 슬프고,



그런 신을 더 쉽게 잘 그리는 것 같다.

그게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다. 그리기가,

나한텐 그게 더 쉽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딱히,

대사 빨이 좋은 것도 아니라 언젠가

극본을 그만 쓸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게 포기하려고 하면

더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참 나 조차도 소. 오. 름...



재능이 있어도 딱히 잘하는 것 같지 않고

이게 잘해 나가는 과정이래도,



욕심 많던 나는 더 잘하고 싶었으리라.

물론 아주 간혹 포기도 하고 싶었겠지만.



뭐 이렇게 포기가 안 되냐.

자꾸 흐윽.



그래서 그때 그냥 극본 이승현의 장점은 뭘까?

하고 떠올렸던 것 같다.

아마 그때 난 슬럼프였던 거 같다.



독자들이 내게 말해준 나만의 무기는

1. 절절한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난다는 것,

2. 무릎을 딱 치게 한다는 것, 통찰력.

3. 참 쉽고 재밌는데, 생각하게 한다는 것.

4. 글이 참 상큼하고 귀엽다는 것.

(1, 4번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칭찬이다. 2번은 정말 정석 같은 칭찬이다.

이런 글을 자고로 작가라면 써야 한다고 했다.

힝 너무 어려워,,)



아 그때 느꼈다. 그럼 나는 대사를 잘 못 쓰는 대신,

(현저히 내 기준)

기획력이 좋구나. 모티브를 잘 잡아.



내 생각 센서를 잘 가동하면 대박 날지 모르는

내 유에스비에 가득 찬 그 원고도,



이제껏 난 그냥 기획만 했던 거다.



언젠가는 회사원으로 살면서

실행이 좀처럼 쉽지 않았고.



또 언젠가는 프리랜서가 됐으니

종종 현실이 녹록지 않았고.

근데 딱히 풀 죽어 있을 필요까지야 없다는 것.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렇게 인간 이승현으로,



언젠가 내가 진짜 무섭다고 느끼던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작은 고추가 맵다, 라며 속담을 인용해 내게 고추 드립을 치던 시절.

난 그저 그때 참 머쓱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난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잠재력이 더 클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감정 몰입 후 못 헤어 나올 때 보단

이게 더 대단하긴 한데..



대본 쓰며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분량 잘 뽑고 눈물 서럽게 흘리더니,



갑자기 눈물 닦고 와, 오늘도 나 잘 울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하던,



그러면서 노트북 닫고는

초밥 먹을래? 아님 쌀디저트? 하며

배달 어플 보다가 자연스럽게 소고기 굽는

내가 가끔.... 아니 자주 난 무섭다.



난 내 잠재 능력이 그냥 간장 종지인 줄 알았더니,

아빠 국그릇쯤은 되는 것 같아.

아닌가 전주비빔밥 놋그릇쯤은 되려나?



잘 모르겠다.

그것도 역시 차곡차곡 키워가고 있으리라.



부족하고도 부족한 내가,

이걸 과연 어떻게 활용할까 가 난 재밌고

흥분된다. 꺄륵!



난 오늘부터 그리하여 다시 원고를 쓴다.

쓰기 싫을까 봐 기록한다.

힘들 때 내가 보려고 기록해 본다.



내가 어떤 작가가 되길 원했는지,

내 입장, 시청자 입장이 끄적끄적

적힌 내 메모장을 보며 다시 힘내본다.



열흘 밤을 새우며 무모하게 도전해,

건강하지 못 한 방법으로



행복하지 못하게

글 쓰는 일은 내게 다신 없다.



1. 삼시 세끼 챙기기.

2. 운동, 스트레칭

3. 수면습관, 잘 자기

4. 건강한 습관!



이게 가장 기본이다.

기본이 다 깨지면,



난 내내 나태해질지도 모른다.



기억하자! 나보다 더 큰 재능을 잘 활용하려면

내가 보다 더 큰 사람이 되면 된다.



저 기본틀은 이젠

내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니까 삼시 세끼를 꼭 먹어야 하고

과식하지 않기 위해 잘 절제해야 한다.



강박을 가질 필욘 없지만,

배 나오면 글 못 써. 이건 진짜 진리다.



그래서 난 복근을 만들었다.

(복근 후기도 써야 하는데 귀찮으니 패스..

미용 목적이 아니라 그 복근으로 영원히 작가 하려고 만들었다 헤..)



글은 내게 잠시 잠깐

머물다 갈게 아니다.



영원히 글 쓰고 싶다면,

내가 영원에 맞물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근데 그게 안 되면 그냥 때려치워라.

(나에게 하는 말..)



또 포기는 안 되지?

그냥 해. 해야지 뭐. 별 수 있나.



아직도 설렌다는데 좋아죽겠다는데,



앞으로 또 올지 모를

슬럼프도 잘 넘기겠다는데.



글은 아직도 내가

살아있단 증표라는데,



거창할 것 없어 그냥 해.

이유대지 말고



에너지가 없으면 에너지를 비축하고

그 에너지 잘 만들어서라도 해.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사실은 안 맞는 게 아니라.



너를 건강하지 못 한 방법으로

다 갈아 넣어서 때론 자동차 부품에도

수리가 필요하듯이,



다 낡아빠진 부품으로 나만 모른 채

그렇게 오래 달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럼 자가 점검해야지.

뽑을 건 뽑고 심을 건 심고.



작가들의 로망인 노희경 작가님은,

작품 들어가기 전에 작품 다 써놓으신대.



나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지금은 또 어떠실지 잘 모르지만.



너 그 정도로 준비해야 하지 않니?



내가 프리랜서로 살면서도

너에게 자주 뮤지컬 vip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냥 그렇게 놀고먹으란 얘기가 아냐.



그렇게 더 많이 경험하고

세상에 선한 가치 실현하란 거지.



넌 지금 그래서 딱

아쉬울 만큼만 했단 거잖아. 그때,



한 치의 아쉬움도 없게 다시 해.

힘들 땐 ost 작업할 날을 떠올리렴.



네가 그만한 성의는 보여야,

영원히 글 쓰지 않겠니. 정신차렷!!



p.s 밤 못 새서 결말 여러 개 다 완성하겠다는

그 패기 어디 갔니. 집 나간 패기,

내가 다시 돌려놓을게.



우리 만이, 나만이 할 수 있단 그 사실이

막 흥분되고 그러지 않니.



근데 그 흥분도 여러 감정 표현도

다 밥 힘에서 나온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표현해.



그러면 돼.



그리하여 오늘 극본을 마치고 쓰는

느낀 점 한 줄 -



오랜만에 써서 힘들지만 행복했다. 정. 말.로!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

이 작품이 끝이 나는 게 참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