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데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으신다면
-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어김없이,
도망간다. 후다닥,,
그때 역시, 난 도망가면서
무서워서 현에게 바로 SOS를 쳤다.
마침, 현과 만나기로 했던 날이다.
(이걸 대부분은 데이트라고 하나? 음..)
'벌건 대 낮에 나한테 진짜
왜 그러냐고 무섭게 시리..'라고
무서워서 작게 혼잣말로 읊조리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둔산동 맥도널드 앞,
그날은 현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것.
"저기 잠시만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나는 무서워서 그 사람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멀찍이 멀어졌다.
"아니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진짜 제 스타일이라서 이렇게
말 거는 건데 혹시 몇 살이세요?"
"아니요. 죄송해요. 저 바빠요."
라고 뿌리치면,
"이름이 뭐예요?
"혹시 어디 살아요?"
라고 물었다.
에잇, 지금 생각해도
진짜 형편없고 무례하게,
'없는 남자친구 소환.. 아 제발 말 걸지 말라고요.
길 가는데 한 두 번도 아니고..
나 진짜 무섭다고요!'
나는 자꾸만 반복되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 그쪽에서 자꾸만 멀어졌고
결국 구석에서 현을 기다렸다.
무서워서 현에게 내내 난 SOS를 쳤다.
문자도 보내고, 그때 카톡도
우는 이모티콘 엄청 쓰며,
나 살려줘 현아. 빨리 와
진짜 SOS야!라고 마구 보냈는데,
아마 준비 중이었던지 바로 답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늘 먼저 나와서 날 기다리던 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사하던지.
그걸 새삼 깨닫던 날이었다. 그날은,)
그가 버스를 놓치게 되면서 그리고
내가 널 볼 생각에 설레어
본래 시간보다 더 빨리 나오면서
상황은 훨씬- 더 길어졌다. 으악!
무서워서 자리를 피하면, 그 사람은
자꾸 내 손을 휙 잡으려는 듯이 다가왔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가는데 왜 전화 안 받아 현아 힝..
보고 싶어 얼른 와.'를 맘속으로 대차게 외치며.
두 번쯤 걸었을 때였나?
현, 그가 전화를 받았다.
"어~ 누나. 나 버스 놓쳐서 가고 있는데 에.
조금 걸릴 것 같아. 미안, 얼른 갈게."
"현아. 괜찮아.. 근데 카톡, 문자 좀 봐줘..
제발 나 좀 살려줘! 무서워 죽겠어.
거절해도 해도 으앙..
나 지금 울기 일보 직전이야.
한 두 번도 아니고 나 너무 무서워 으앙.."
현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곤
내 연락을 확인 후 내게 말했다.
"누나 괜찮아? 엄청 많이 놀랐지?
아이고 내가 지금 버스이긴 한데.
4 정거장 정도 남았거든?
도보 이동 시간까지 하면
대략 15~20분쯤 걸릴 것 같아.
내가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뛰어갈 테니까.
구석에 혼자 있지 말고 사람 많은 곳에 있어."
"나 진짜 무서워 현아, 근데 몸을 못 움직이겠어.
빨리 와서 나 좀 제발 도와줘.
몸이 막 얼은 거 같아..
그리고 사람도 지금 별로 없어 여기.
그냥 다 지나만 가 맥도널드 앞에 있을게. 최대한, 그래야 너랑 안 엇갈리지. 흐헹..
오늘처럼 네가 보고 싶은 날이 또 없는 것 같아.
진짜 천천히 빨리 와.. 아"
현은 전력질주를 한 모양이다.
10분 이내의 시간 안에 그는 내 눈앞에
나타났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는
나를 보고는, 살포시 내 어깨를 잡아
누나, 이제 가자.라고 다정히 말했다.
'아 살았다' 하는 탄식이 마구 일렁이면,
현은 나에게 누나, 이쪽으로 와.
누나 잘못한 거 없잖아~
누나가 지금 왜 여기서 쭈글이처럼 있어?
이리 와. 이쪽으로,
아주 조심스럽되 단호하게.
마치, 상대가 들으라는 식으로.
그리고 현은 나를 잘 보호했다.
유유히 맥도널드를 빠져나가는데
그 사람이 다시 한번 우릴 보며
남자친구시냐고 물었다. 나 참, 기가 막히네.
나는 무서워서 현을 기다리며
저 남자친구 있거든요.
가세요 제발,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친구로 라도 지내고 싶다며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요.라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작작 내게 지껄였다.
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굉장히 나를 대하는 태도가 내내 조심스러웠다
나를 자기 쪽으로 데려가면서도
현은 이내 조심스러웠다.
막 터치를 하나도 안 한 건 아니지만,
터치를 한 적 없는 듯이 아주 처음이라
소중하다는 듯이 나를 자기 쪽으로
아주 살포시 데려갔다.
현은 한껏 여유 있게 상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 제가 누나 남자친구예요.
저희가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좀 풋풋해요.
그럼 저희 좀 지나갈게요!"
맥도널드를 막 지나자마자 나는
힘이 다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현은 나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저 사람이 누나에게 혹시라도
해코지라도 할까 싶어 진정시키려다 보니..
내가 없을 때 또 저 사람과 일대일로
마주치면 안 되니까.
누나를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하다 보니..
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주저앉아
현을 바라봤고,
현은 내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 누나 치마.. 치마...
힘들면 저기 좀 앉을까?
혼자 많이 긴장되고 무서웠지?
내가 좀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하필 또 오늘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현이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벤치 앞.
"그래. 우리 잠시만 쉬어가자."
나는 그제야 울먹이던 표정을 거두고
눈물, 콧물을 천천히 삼키며 말했다.
"누나 미안. 지금 진짜 웃으면 안 되는데. 하하하.
누나 보니까 나도 진짜 안심돼서 그런지
웃음이 난다. 누나 그 표정 귀엽다!
마치 울먹이는 햄스터 같아. 나도 이제야 안심되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별일 없어서.
물론 누나 혼자 많이 무서웠겠지만..
내가 또 남자친군 아니지만 나라도 있어서
도움 될 수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현아 진짜 고마워. 정말 든든했어.
너밖에 없다.
하.. 아 없는 남자친구 다 소환하고
싶을 만큼 나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음
무서워서 숨고 싶었는데.
너 아니었음 진짜 큰일 날 뻔했어.
잉.. 진짜 진짜 고마워 현아. 내가 밥 살게."
어느덧, 고백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때, 눈치가 너무나도 없었던 거지.
나를? 에유, 현이가? 왜 에?
에이. 아니겠지. 하면서,
"배고파.. 우리 밥 먹으라 가자.
꼬르륵 소리 나."
너는 그런 날 보며 빙그레 웃고.
p.s 벤치에 앉자마자 넌 누나. 누나 치마지?
내가 오늘 급히 뛰어 오느라
겉옷을 못 챙겨 왔네.
괜찮아?라고 먼저 묻던 너.
딱히 내게, 미안할 일이 아닌데,
날 보며 나 치마인데 겉옷으로 못 가려줘서
미안해하고, 발 동동 구르며 그렇게 나를 챙기고.
얼굴빛이 하얀 나를 마구 소중하다는 듯이,
자꾸 쳐다볼 때면 나는 털털하게, 괜찮아!
현아. 이거 긴 거야. 롱 원피스라 진짜 괜찮아.
배 꼬르륵 거려, 얼른 밥부터 먹자. 하면,
넌 한껏 귀여운 물체를 보기라도 한 양
마구 나를 사랑스러워하며 가자, 누나.
밥 먹으러! 를 외쳤지.
그러면서 얇은 내 원피스가 혹시 비치는 건 아닐까 누가 쳐다보는 건 아닐까 넌 내내 걱정했었지.
그래 기억나.
근데 네가 그랬잖아.
누나 내가 비록 지금 누나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우리 이렇게 잘 알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누나 남자친구로 나는 어떠냐고.
나도 이런 얘기 이렇게 길가에서 난생 처음 한다고.
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너무 심한 돌직구에 상당히 당황해서,
어떤 소릴 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어? 어? 뭐라고? 우리?
음 너무 좋은 관계지.
진지하게 잘 알아가고 있고
근데 이런 생각 나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그나저나 나 좀 일으켜줘.라고
홱 말을 돌렸던 것 같아.
너는 내게 제대로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미안, 연세대에 가지 않았어도
불꽃놀이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복합 터미널, 대전역에 나가지 않았어도
나는 네가 그냥 순수하게 좋았는데.
네 감정까지 기만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폭풍처럼 너를 향해 휘몰아치는
그 내 감정을 처음엔 못 알아챘고 진짜로.
그 후엔 내 감정을 내내 모르는 척 해 버렸어.
그 이유는,
드라마에서 공개할게.
네가 잔뜩 궁금해했던 이야기이기도 해.
차기작 하고 언젠간 우리 한 번쯤
만나면 그땐, 안녕 그동안 잘 지냈지?
하고 그냥 웃었으면 좋겠다. 다
그땐, 그땐, 그땐.
악수 한 번 해 우리.
그냥 인간대 인간으로,
폭-
더 남아있을 앙금이
없는 거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부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