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 누군가 내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결국 난 울먹이며 냅다 기차역까지 줄행랑쳤다.

by 이승현

영등포역으로 가야 하는데 아침부터

된통 늦어 버린 나는,

평소엔 잘 다니지 않는 빠르고 좁은 길로.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당당히 걸어갔다.



그때, 아마 대략 한 오전 10시쯤이었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



뭐지. 싶었던 나는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 좁은 골목에,



그 공간에, 나만 있는 지도 몰랐고,

나에게 말 거는 건지도 몰랐으므로.



"저기요 저기요~ 어디 가세요?

들었잖아요. 왜 모르는 척하세요?"



또 나를 부른다. 낯선 사람,

기분이 썩 나쁘다. 왜 아는 척이야?



홱 도도하게 쳐다보니,

그 사람이 이제야 보시네요. 하면서,



대꾸 없는 나에게 어디 가냐,

몇 살이냐.. 남자친구 있냐, 번호 좀 달라는 등 이상한 소리를 내게 마구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신발을,

발 끝을 슥- 한 번 쳐다보는 사이.



그 사람은 또 소리 없는 아우성인가,

대꾸도 없는 나에게 또 외친다.



"저기요!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 좀.

저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번호 좀 주세요.. 진짜 제 스타일..

괜찮으면 같이 밥 먹어요"



나는 다시 내 신발을 쳐다보려는데,

그 사람이 내 손목을 홱 낚아채며 말했다.



"안 바쁘면 같이 밥 먹자고요.

저기요~ 듣고 있어요? 번호 좀.. 달라고요."



'앗..'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 경계했다. 내내,



"경계하지 말고요~

저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닌데.."



"아뇨! 저 바빠요. 늦어서요.."



손목이 잡혀있는 사이, 시간은 째깍째깍

잘만 흐르고 맞는 말을 잘도 하는 내가

무서워 입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 테니- 번호 좀 주세요.

그때 밥 먹어요."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고.. 나한테 왜 이래!

역까지 빠르게 뛰면 25~30걸음 이상.

지금 내가 신고 있는 건 구두. 후아, 후아.

내 오래 달리기 실력 믿고 가... 가 자 어서.

뛰어.. 당장!'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한바탕 난 혼자 속으로 불안과

울음과 애석하게도, 슬픔과 실랑이 중이었다.



'잘 들어. 너 뛸 수 있어. 혼자서도 이길 수 있어.

아무 일도 아냐, 이건. 울지 마. 넌 강해..

그리고 여긴 현이 없다! 네 SOS 받고 당장 뛰어 올,

현이가 없어. 정신 차려야 해. 절대 울지 마.

여기선 울면 안 돼. 울면 지는 거야..' 하는 사이,

손목이 욱씬대기 시작했다.



"아.. 손목 아파"



"저기요? 울어요?"



'손목 아픈데.. 왜 하필 지금 진짜 눈물 날 거 같아.

그냥 잘 들어. 이 골목만 잘 지나가면 돼.

남자친구 같은 것 없어도 그냥 있는 거야. 지금은,

저 사람 보고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해. 당장 하..

금세 지나갈 거야. 절대 울지 마..'


나는 코를 콕콕콕 치며 울먹이며 말했다.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아뇨. 저 안 울고요. 그리고 바쁘고,

손목 아프니까 좀 뺄게요."



상대의 표정은 모르겠다. 낯선 사람,

무서워서 속으로 부단히 떨며.

당당하게 내뱉곤 역까지 냅다 줄행랑쳤다.

역에 간신히 도착한 나는 숨을 몰아쉬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말했지. 둔산동이든, 은행동이든.

집 앞이든, 훤한 대낮이든. 아침이든,

저녁 시간이든. 할 것 없이.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다 찾아올 거라고.

너에게만 더 힘든 일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느껴질지라도. 그냥 버텨-



여긴 현이가 없어. 네가 울먹이며.

아프다고 달려와 달라고 해도,

이젠 그 시간은 끝났어. 끝났다고. 완전히,



그러니까, 홀로 잘 적응하고 잘 서는 방법을 배워.

그리고 그러려니 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하고 배워, 너 언제까지 이렇게 무서워할래?



여기 현이 없어. 제발 좀 정신 좀 차려!

환경이 안 따라줬어도, 그 시간은 이미 끝났어.

가혹했어도 끝났다고. 제발 이제 제대로 좀 봐. 제발 잘 좀 서있어 줘. 부탁할게.'



나는 결국 기차역에서 서럽게 울었다.

내 발은 물집이 잡힐 때로 잡혀 있었고,

발 뒤꿈치에서는 피가 흘렀다.



여긴, 걱정스레 여기며 다정히 다가와 괜찮아?

진짜 많이 무서웠지? 하며 이제 숨 쉬어.

내가 왔어. 우리 여기 좀 앉았다가 숨고르고 갈까?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좀 숨고르고 괜찮아지면 말해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우리.' 했던,

어느 날의 추억.



비슷한 듯 하지만 굉장히 결이 다른.

그 시절, 울먹이다 배가 꼬르륵 해

같이 헤실헤실 웃던 기억.



역시, 추억은 사람을 되새김질하게 하고

또, 또,.. 또 다시 살게 하나 봐. 하루하루


참 무서웠던 기억들인데. 그 기억에

너 하나 끼였다고. 신기하지,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게 되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