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 누군가 내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결국 난 울먹이며 냅다 기차역까지 줄행랑쳤다.
by
이승현
Apr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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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으로
가야 하는데 아침부터
된통
늦어 버린 나는,
평소엔 잘 다니지 않는 빠르고 좁은 길로.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당당히 걸어갔다.
그때, 아마 대략 한 오전 10시쯤이었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
뭐지. 싶었던 나는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 좁은 골목에,
그 공간에, 나만 있는 지도 몰랐고,
나에게 말 거는 건지도 몰랐으므로.
"저기요 저기요~ 어디 가세요?
들었잖아요. 왜 모르는 척하세요?"
또 나를 부른다. 낯선 사람,
기분이 썩 나쁘다.
왜 아는 척이야?
홱 도도하게 쳐다보니,
그 사람이 이제야 보시네요. 하면서,
대꾸 없는 나에게 어디 가냐,
몇 살이냐.. 남자친구 있냐, 번호 좀 달라는 등 이상한 소리를 내게 마구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신발을,
발 끝을 슥- 한 번 쳐다보는 사이.
그 사람은 또 소리 없는 아우성인가,
대꾸도 없는 나에게 또 외친다.
"저기요!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답 좀.
저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번호 좀 주세요.. 진짜 제 스타일..
괜찮으면 같이 밥 먹어요"
나는 다시 내 신발을 쳐다보려는데,
그 사람이 내 손목을 홱 낚아채며 말했다.
"안 바쁘면 같이 밥 먹자고요.
저기요~ 듣고 있어요? 번호 좀.. 달라고요."
'앗..'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 경계했다. 내내,
"경계하지 말고요~
저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닌데.."
"아뇨! 저 바빠요. 늦어서요.."
손목이 잡혀있는 사이, 시간은 째깍째깍
잘만 흐르고 맞는 말을 잘도 하는 내가
무서워 입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 테니- 번호 좀 주세요.
그때 밥 먹어요."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고..
나한테 왜 이래!
역까지 빠르게 뛰면 25~30걸음 이상
.
지금 내가 신고 있는 건 구두. 후아, 후아.
내 오래 달리기 실력 믿고 가... 가 자 어서.
뛰어..
당장!'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한바탕 난 혼자 속으로 불안과
울음과 애석하게도, 슬픔과 실랑이 중이었다.
'잘 들어. 너 뛸 수 있어. 혼자서도 이길 수 있어.
아무 일도 아냐, 이건. 울지 마. 넌 강해.
.
그리고 여긴 현이 없다!
네 SOS 받고 당장 뛰어 올,
현이가 없어. 정신 차려야 해. 절대 울지 마.
여기선 울면 안 돼. 울면 지는 거야..
'
하는 사이,
손목이 욱씬대기 시작했다.
"아.. 손목 아파
"
"저기요? 울어요?"
'손목 아픈데.. 왜 하필 지금 진짜 눈물 날 거 같아.
그냥 잘 들어. 이 골목만 잘 지나가면 돼.
남자친구 같은 것 없어도 그냥 있는 거야.
지금은,
저 사람
보고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해. 당장 하..
금세 지나갈 거야.
절대 울지 마..'
나는 코를 콕콕콕 치며 울먹이며 말했다.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아뇨. 저 안 울고요. 그리고 바쁘고,
손목 아프니까 좀 뺄게요."
상대의 표정은 모르겠다. 낯선 사람,
무서워서 속으로 부단히 떨며
.
당당하게 내뱉곤 역까지 냅다 줄행랑쳤다.
역에 간신히 도착한 나는 숨을 몰아쉬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말했지. 둔산동이든, 은행동이든.
집 앞이든, 훤한 대낮이든. 아침이든,
저녁 시간이든. 할 것 없이.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다 찾아올 거라고.
너에게만 더 힘든 일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
느껴질지라도. 그냥 버텨-
여긴 현이가 없어. 네가 울먹이며
.
아프다고 달려와 달라고 해도,
이젠 그 시간은 끝났어. 끝났다고. 완전히,
그러니까, 홀로 잘 적응하고 잘 서는 방법을 배워.
그리고 그러려니 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하고 배워, 너 언제까지 이렇게 무서워할래?
여기 현이 없어. 제발 좀 정신 좀 차려
!
환경이 안 따라줬어도, 그 시간은 이미 끝났어.
가혹했어도 끝났다고. 제발 이제 제대로 좀 봐. 제발 잘 좀 서있어 줘. 부탁할게.'
나는 결국 기차역에서 서럽게 울었다.
내 발은 물집이 잡힐 때로 잡혀 있었고,
발 뒤꿈치에서는 피가 흘렀다.
여긴, 걱정스레 여기며 다정히 다가와 괜찮아?
진짜 많이 무서웠지? 하며 이제 숨 쉬어.
내가 왔어. 우리 여기 좀 앉았다가 숨고르고 갈까?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좀 숨고르고 괜찮아지면 말해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우리.' 했던,
어느 날의 추억.
비슷한 듯 하지만 굉장히 결이 다른
.
그 시절, 울먹이다 배가 꼬르륵 해
같이 헤실헤실 웃던 기억.
역시, 추억은 사람을 되새김질하게 하고
또, 또,.. 또 다시 살게 하나 봐. 하루하루
참 무서웠던 기억들인데. 그 기억에
너 하나 끼였다고. 신기하지,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게 되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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