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빼지 못하는 이유,
우선 사람이 다가오는 게 차고 넘치게
난 무섭다. 20대 때 엄마보고 나 관상 봤는데,
남자가 꼬일 관상이래. 아주 도화 덩어리라는데?
도화 축제래, 난 싫어! 도화살..
엄마 나 점 뺄래. 이거 이거 이거 이거.. 다!
눈가에 있어서 섹시하고 그윽한 느낌을
주는 내 눈물점도 볼에 있는 점도,
다 도화래. 나 싫어. 너무 싫어,
사람들이 다가오는 거 다 뺄래!
다 빼 버릴래, 했던 기억
어느 날 30대가 되어 그 점들을 하나하나
뺄 수 있는 건 싹 다 뺐다.
내가 사랑하던 내 왼 볼에 있던 도화점도,
내 눈가에 있던 사랑스럽고
섹시한 느낌을 주던 눈물점도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개성은 있되 사람은 다가오지 않게!라는
모토를 가지고선,
그 점들 중 몇 개는 다시 생겨 버렸고
거의 10번 가까이 뺐는데 색만 흐려졌을 뿐.
그대로 그 자리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점도 있다.
가만히 보면 기미인가 잡티인가 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딱 나만 알 정도랄까?!
보통은 사람을 그토록 애정하지 않으면
그리 가까이 봐서는 잘 모르니까,
왼쪽 팔에 있는 곰돌이점까지 아주 많다.
빼도 빼도 끝이 없는 점,
점이 속된 말로 욕심 이래.
욕심을 다 내려놓기를. 스스로에게 바라기도 하고
점 빼는 거 레이저 난 처음 받아봤다. 무서워한다.
레이저, 너무 아프던데 다시 생겼다 해도
빼도 빠지지 않으니 그러려니.
점을 뺐다고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 건 아닌데
그냥 내 만족이다. 괜히 여유 생긴 기분이고,
점이 욕심이라는데 덜 도도해 보이고
마구 유한인상이 된 것만 같고..
그러다 누가 다가오면 번호를 바꾸고 또 바꾸고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다닌다.
결혼했다고 혹은 저 약혼자 있다고. 으헤헤...
2022년 성년의 날 엄마가 해준 금반지가
그런 의미였는지 그땐 몰랐고.
되돌아보니 난 반지, 주얼리류 다 좋아해서.
남자친구가 있어도 열심히 꼈는데.
금에서 은으로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여전히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낀다. 나는,
내가 아직도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빼지 못하는 이유,
연애의 유무 결혼 유무 별개로 계속 계속
끼고 다니는 이유.
그동안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야생마 같아서 무섭고 무서워서.
확실히 거절했는데도 날 곤란하게 해서,
번호를 바꾸고 바꾸고 계속 계속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젠 카카오톡도 비즈니스용.
업무톡이고 전 계정도 없고 하다 보니
너무 편하다,
그리고 번호를 바꾸고 원래 살던 거주지랑
완전히 다른 곳에 살며 나 지금 요양한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는 그런 휴식 상태야! 하니
너무 편하다.
사람이 한편으론 아직도 무서운데,
그래서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여전히
열심히도 끼는 건데..
무서워도 예전처럼 마음 닫고 번호 바꾸고 도망가고 집에서 안 나가고 스스로 인고의 시간을 견딜 정돈 이젠 아닌 것 같아..!
무섭긴 해서 여전히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뺄
이유를 못 찾았지만 빼지도 않을 거고 당장은
마음을 더는 닫을 이유는 없는 거야,
내가 살기 위해 번호를 바꾸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혼자의 시간을 더디
견뎌할 시기가 있었으니.
이젠 다를 거야, 퍽- 달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곧
마음 열 거야 안 해도 자연스레,
열리는 사람을 자연히 도 만나게 될 터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예쁜 꽃신인 너에게,
하늘이 그 정도는 찾아줄 거야. 꼭
도화살, 도화점 아주 다 진절머리가 난다고.
그만 좀 다가오라고 나 거절했잖아.
대체 왜 이래! 다들 이 세상 놈들.. 하며 방 안에서 꺼이꺼이 서럽게 울던 네가 그런 네가.
서러웠던 밤, 새벽, 새벽사이가 있었으니.
지금의 네가 있어.
걱정 마. 아무 걱정 마
내성적이라 성격 스스로 바꿔먹고,
이젠 스스로 먼저 다가가는 게 편한데.
다가가 본 적 없는 서툰 네가 있어
괜찮아. 거울삼아
지난날을 경계삼아,
다시 한번 해보자.
관계는 내가 뭘 어쩌겠니.
내려놓아야지. 다~
넌 지금 뭉근한 잘 익은,
유기농 토마토 수프 같은 상태니까 다 괜찮을 거야.
조금만 더 끓이고 익히면 네가
원하던 모습 함께 찾아갈 수 있을 거야-
여전히.. 무섭지만
그렇게 믿어보자.
p.s 누군가 그랬어. 결혼하기 전에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파노라마처럼 다 지나간다고.
그렇게 반성하게 된다고,
그런 시기랑 맞물린 것 같아. 넌 지금,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고.
서로를 꽉 안아줄 우리가 생길 거야,
그때 너무 놀라지만 마! 꼭~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