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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20250626 목

by 이승현

오늘의 주된 감정: 슬픔, 아픔, 눈물, 그리움, 회상

둔산동 거리 곳곳을 걸으면 네가 자꾸,

누나~ 누나. 하며 날 보고 웃는다.

입가에 보조개까지 보이면서,



오늘은 전혀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빨간 토끼 눈이 되어서는 길거리 곳곳을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눈시울이 붉어져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이제 더는 무너지지 않는다.



내게 자꾸 누나, 누나 하는 너를 보며

하나씩 느끼며 귀담아 그 소리를 들으며

12년이나 지난 일이야..



다 끝났어가 아니라,

이건 우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야.

내 감정이 아직 생생해,



지금의 이 감정이 어제 일인 양 막 열흘밖에

안 지난 듯이 아직도 절절히 아파.

나는 안 괜찮아, 더는 괜찮은 척은 안 해 못 해.



다만 자꾸 반갑게 누나, 누나 거리는 네가

더는 거기에 없을까 봐 늘 못 돌아봤었는데.

이제야 뒤돌아봐 안녕.



그 시절 우리, 나 예쁘게 리본 모양으로

잘 정리해 주고 왔어.



다시 돌아와 지금의 네가 누나!! 이승현,

라고 부른다고 해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리.

다짐하고 왔다.



자꾸 눈물이 나는 건 그 시절 우리도,

그 시절 나도 거기 두고 왔다는 안일함, 죄책감,



커다란 아픔. 우린 둘 다 그 커다란 죄책감에서

잘 빠져나와야 해.

그래야 지금의 우릴 다시 만날 수 있어.



현아, 일 년 뒤면 우리 곧 만나.

마음 진짜 굳게 먹어.



2026년 여름 우리, 진짜 재회하게 될 거야.

이거 거짓말 아니야 :) 진짜야.



그때까지 너로 살아.

지금을 부디 살아내,



아무리 아파도, 미련해도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너에게 등 돌려도

내가 네 편할게. 영원히,



참연인 우리를 제자리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정말 마지막 시기야.



내게 오든 안 오든 넌 멋지고 멋져.

그러니까 영원히 행복해라. 비로소 건강하고,



네가 오지 않는다면 이 문장이 너와 함께 하는

마지막이 될 거야.



오든 오지 않든 난 너 원망 안 하고 행복했어.

진짜 정인을 만나면 함께 먹는 밥이 꿀맛이래.

유난히 평온하고 마음 편하대.



나는 불안정한 인생 가운데 그 불행 가운데,

너랑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가장 꿀맛이고

가장 평온하고 나로서 정녕 사랑스러웠어,



내 부모님 다음으로 널 가장 많이 사랑했어.

그리고 피 붙이도 아닌데 이렇게 연결되고



이렇게 겨울 솜이불처럼 두텁고,

따뜻한 사랑 줘서 정말 고마웠어.

많이 사랑했어. 진짜로,



내년에 만나지는 건 나도 다 아는데.

근데 우리 운명, 운명이 비록 하늘이 정해놓은

인연이라도 인간에겐 선택 의지라는 게 있어.



만약 그때도 어제인 것처럼 우리 둘이.

생생하다면 절절하다면 우린 비로소 만나지겠지,



고마웠어. 난 이제 우리 과거를 잘 정리하고 있어.

너도 죄책감 그만 가지고 그곳에 놓고 온

나와 너를 부디 잘 놓아줘,



과거를 잘 묻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잘 놓는 것부터 비로소 우리 현재의 관계가 건강하게 시작될 수 있어.



그땐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었어.라고

눈 보고 솔직하게 말할게, 그때까지 안녕.



나는 내 몫을, 너는 네 몫을 해내.

근데 있지. 솔직한 김에 다 솔직할게.

나는 죽을 고비도 넘기고 숨도 이젠 막 쉬는데..



나비가 되기 전 고통스러워하는 네 앞에,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다 난다.



다 너의 몫인 건 맞는데,

네가 선택한 현실의 결과니까.



근데,.. 아무리 기도해 봐도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순 없대.



내 사랑이 이렇게 큰지, 이렇게 네가

내게 큰 사람이었는지.



이렇게나 피 붙이도 아닌데 그 이상으로

알록달록, 마치 무지개 동산에서 놀다 온 듯이.



이렇게나 너한테 많은 사랑받았는지 몰랐어.

그래서 오늘 내가 눈물이 난 거야.

p.s 이 거리 기억나?

차라리 나만 기억하는 거면 좋겠는데 꿈처럼,

다 왜 난 너도 나를 그리워하는 거 같지?



왜 그게 다 느껴질까..



나 많이 그리워해 줘.

또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게,



그리고 현아.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왜냐면 우린 소울 메이트니까..



더는 혼자 아프지도 말고 또 혼자 힘들지도 마.

당장 너에게 달려갈 수도 당장 네가 내게

달려올 수도 없지만 소울 메이트는

영원히 한 몸이야. 명심해.



우리가 다시 만나서 정리를 하든,

소울 메이트로서 다시 시작하든 무언가를

다시 하려면 부디 둘 다 살아 있어야 해.



아프지 마. 내 허락 없인 마음 구석구석 그 어디도

다치지 마. 꼭 말해주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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