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 다시 기억해 낸 시간.

- 대략 4,464일의 생존기록.

by 이승현

그날은 버스를 탔는데 버스 손잡이가 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속이 울렁거렸고 아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던 2013년, 순간적으로 재빨리 생각을 했다.



내가 쓰러지면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응급실까지 데려다줄까?



나 진짜 지금 내 다리에도,

전혀 감각이 없는데 이러다 정신 잃고

쓰러질 것 같은데, 안 돼. 정신 차려.



응급실은 무슨.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응급실은 내 발로 가.



멘탈 잡고 그때 내 목표는 집 앞에 가서 쓰러진다였다.



결국 나는 현관문을 열고 픽 쓰러졌다.

기억이 없었다.



318번 버스에서 손잡이가 채 잡히지 않았고

서 있기도 몹시 힘들었다.



손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집으로 순간이동 한 기분.



엄마는 그날, 너무 놀라 나를 깨워

너 잠도 못 자고 밥도 안 먹고 다녀서 그래.

일어나.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와서 좀 푹 자.라고 말씀 하셨다.



나는 엄마더러, 언제가 되어야

장밋빛 아닐 수 있냐고 내 인생은,

울며 얘기했는데.



하늘은 진짜 나 보호해 주고 있는 거 맞아?

나 왜 이렇게 약해?

나 잘 살고 싶은데. 진짜..



손금 보면 생명줄 약하다고만 해.

나 언제 튼튼하게 살 수 있어? 더는 안 울고?



내가 울며 물으면 엄만 2025년,

그때가 되면 천을귀인이 있어서

숨은 쉬어질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늘 복을 받으려면 내 마음 먼저

예쁘게 써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지금 나보고 12년이나 참으라는 거야?

하늘도 무심하시다 진짜!



몸이라도 튼튼하게 만들어 주시지.

픽 픽 쓰러지면 진짜 무섭다 진짜 아..



결국 나는 그 지독한 12년을 버텨냈다.

그 12년 세월 속에, 가장 충격적인 건

난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

기억 상실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나 나는 이겨냈고 뭐든 기적처럼 기억을

찾아주신 덕분에, 이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었다.

다시~ 감사하다 :)



늘 뉴스에 있을 법한 일들이 나를,

하늘이 어찌나 예뻐했던지 나는 살았고 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내 앞에서 사고가 나도 내가 탄 버스에서,

사고가 나도 나는 다리 하나 부러지지 않았고 살아있다. 감사하다. 참으로,



그리고 나를 지독히도, 원망했던 기억상실.

죄책감, 나를 옭아매고 혐오하게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 이유가 있었겠지 싶다.



너무 뜨거운 감정에 한 번 쉬어.

너부터 살아, 그런 것이었으려나?



그래도 기억 꼭 찾아달란 내 오열을,

하늘은 무심히 넘기지 않으셨다.

나는 무사히 나를 찾았다.



내 기억이 잘못 됐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내가 살려고 왜곡해 기억했구나, 그 사람을.

어쩔 수 없었다.



기억이 안 나니까 왜곡된 기억을 스스로 심었다.

심장은 뛰고 기억은 없으니까.



나 멜로 쓰는 작가지만 12년간,

이런 멜로 재질 아닌데 난 이성적이고

할 말 다 하고 물을 뿌렸으면 뿌렸지.



비 맞고, 울고 기다리고 진짜 아니다. 이건,

그래서 12년간 이런 일이 있어서



나라는 좋은 작품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참 감사하다 :)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더는 못 돌아감.

너무 피 눈물 나게 힘들었다.



이 기억, 이 추억. 다신 기억 못 할 줄.

하늘이 내게 말하는 건 곁에 있든 없든

소중한 게 진짜야,라고 말하는 느낌..



기억을 찾고 나니 아.. 이거

진짜였구나 싶어졌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살아서 기억을 찾음에 더 더 감사하다.



나는 살아 있으니, 이제 세상에 못 할 것도 없다.

이걸 깨닫게 해 준 하늘에 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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