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집에 가기도 전인데 난 심장이 마구 뛰었다. 망했다..
이건 수치사가 아니다 그냥 나의 생존 고백이다.
오늘 4~5시쯤 머리를 하고 났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 집에 간다."
왓? 장거리로 일하러 멀리 가신 아빠가 온다고요?
왜죠? 신이시여... 저 아침 설거지도 안 했는데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냐.. 지금 내 바이브레이터.
망했다..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3분 만에 마셔 버리곤 택시를 탔다.
침착해, 이승현 심호흡, 심호흡..
아빠한테 얼마나 걸리냐고 택시에서
급히 전화했는데 아빠가 벌써
집에 왔어라고 하셨다.
나 인생 다음 챕터 없나.. 나 진짜 어떻게 해.
방법 없나 어쩌지..
택시에서 손톱만 안 깨물었지 전전긍긍했다.
그리곤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자취하다가 남자 친구에게 들키는 거 vs 부모님한테.. 아악!!!!
아니지 남자 친구가 낫지.
이게 무슨 밸런스 게임이 되냐고..
아니 여자는 성욕 없냐! 여자는 사람 아니냐..
여기가 외국이길 바라며 나는
점점 쭈그리가 되어갔다.
속으로 옴팡지게 읊조리며,
이건 은밀한 나의 비밀이라 남편한테만....
보여줄 건데 우리의 쏠메.. 언제 와 힝.. ㅠ
아니 근데 엄마 아빠한텐 들키긴 싫은데
지금 한 시가 급해 밥 3분 컷 하고
택시 타고 가는 길..
이거.. 실화냐고 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구
카페도 가구 인생 네 컷도 찍고요!!!
장거리 가셔서 좋아했더니 퇴근이요(?)
이거 어쩌냐 진짜....
아빠 그거 여성 제모기야. 다리 면도기(?) 충전식이야. 아악!!!! 진짜 어떻게 하냐.
수치사로 사망할 거 같아 안 믿으면 뭐 어때~
내가 마약을 했어, 아님 음주운전을 했어?
뻔뻔 당당! 아 어떻게 해.. 뻔뻔해지지 못해.......
나 자취하다가 남자 친구가 발견한
내 애장품이 그거일 때랑 지금처럼
아빠한테 들킬 때 뭐가 더 나을까..?
실컷 시뮬레이션하다가 난,
지금일까 왜 난 아닌 거 같지 ㅠㅠㅠ
으악 오늘 메이크업 투명이라 예뻤는데,
사진도 많이 못 찍고!!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면 좋겠다. 유교사상을 업고 살기엔 난 너무 커.
글로벌 하다구 ㅠ 난 개방적인 사고,
그런 태도가 만연해졌으면 좋겠어.
솔직히 이 썰 제삼자가 보기엔 웃기지..
난 되게 진지해.. 왜 창피해야 하지?....
아이씨 인간은 식욕, 성욕, 수면욕 다 이짜나!
내가 어 막 가볍게 누구 안 만나는데
내가 스님이냐 구우! 그렇게도 살아봐찌.. 내가
나 지금 해탈한 거 같아.. 어떻게 하지..
나 차라리 남자 친구에게 들킨 게 나아 하지만,, 비현실적인 사고고 그건 지금은 현실이야 아 ㅠ
발 동동.. 어떻게 해.
택시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 Gimme More를 크게 틀어 진정하려고 심호흡도 4번이나 해보았지만 진정될 리 만무하다.
진정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난 미치겠어.
옆에 물이라도 있었으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그리고 얼굴에 물이라도 뿌렸을 기세..
내 바이브레이터, 이름 없어 슬픈 소녀야..
이름도 없는데 아직..
네가 나보다 먼저 갈 뻔했구나..
넌 오늘 하루 우리 아빠가 봤다면 그냥 넌
그냥... 다리 제모기인 거야. 제발... 제발...
눈앞에 펼쳐질 일이 끔찍하고 무서워 택시에서,
발 동동 구르며 기도까지 했다.
미쳤다 진짜...
아니 우리나라 성교육 미흡하잖아. 흥~!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무나 안 만나고
자기를 소중히 여기고 몸 곳곳, 마음 곳곳
위로하고 사랑하겠다는데 바이브레이터
쓰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나만 이상하게 안 보면 되지 뭐.
나를 더 사랑하지 뭐.
이상하게 보는 게 그게 더 이상하지.
아우 답답해!
그리고 내 바이브레이터가 사람보다 낫구만.
안 지치잖아~! 충전하면 :)
내 체력을 바이브레이터는 알고 있다.
헤헷 놓치지 않을 고예용 흐흐..
이제야 웃어진다.
충전기에 불이 깜빡깜빡하는데,
그건 빼고 간 신의 한 수!
파우치에 넣고 지퍼 닿고
간 게 진짜 신의 한 수..
기억도 뭣도 없이 시간이 멈춰버린 나는,
나 오늘 진짜 예뻤는데.
사진도 많이 못 남기고 아쉬웠지만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해프닝으로 지나가서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으악!
p.s 내 바이브레이터는 완충.
나는 이미 얼이 나가 있었다. 하하하..
그래도 나는 내 몸 곳곳, 마음 곳곳.
상처 내지 않고 오늘도 살아남았다.
내 사랑스러운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감사합니다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