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반전 모아

곡예사가 영화를 만들면...

반전영화 200% 즐기기

by MIN

떨어질 듯 안 떨어질 듯, 줄타기를 보고 있으면 손에 땀이 흐른다. 묘기를 부리며 아슬아슬하게 보일수록 집중하게 된다. 영화들 중 줄타기와 같은 장르가 하나 있다. 바로 반전영화다.

반전영화는 곳곳에 단서들이 심어져 있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단서들이 줄타기의 묘기 역할을 수행한다.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떨어지진 않는다. 즉, 관객은 단서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결론을 마주한다. 반전의 스케일이 클수록, 그리고 앞서 감독이 설계해놓은 장치들이 아슬아슬할수록, 명작에 가까워진다.

영화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식스센스>를 고를 것이다. 반전하면 식스센스, 식스센스 하면 반전. 너무나도 당연히 모두가 받아들이는 것이 신기해서 막연히 찾아본 첫 반전영화다. 결말을 보며 느꼈던 소름, 희열, 충격, 공포. 그 복합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고 싶다.

그러나 현실 속 기억은 지우려 할수록 선명히 남았다. 비슷한 감동이라도 느껴 보고 싶어 반전영화들을 찾아 나섰다. <유주얼 서스펙트>, <아이덴티티>, <쏘우>... 꼬박 두 달 동안은 반전영화만 찾아보았다.

반전만 계속 보다 보니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결말을 예상하려고 들었다. 어느새부터인가, 감독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이런 식의 대결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결말이 맞으면 영화가 싱겁게 느껴졌다.

그때는 괜찮은 반전영화가 귀하다는 것을 몰랐다. 웬만한 영화들을 다 보고 나니 괜찮은 반전영화를 찾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감독을 이기려 했던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이었는지.

요즘은 감독이 의도한 대로 영화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다른 잡다한 생각을 최소화하고 영화에 최대한 몰입한다. 영화를 위에서 보는 게 아니라, 영화 안에 들어가서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독이 내 머릿속을 자유롭게 헤집을 수 있게 내버려 둔다. 반전영화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반전이 심하면 재관람에 의미를 못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반전영화 매력의 반절은 재관람에 있다. 두 번째 볼 때부터는 영화가 다른 차원에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행동, 모든 대사, 모든 인서트들의 의도가 눈에 보인다. '와, 이게 이거였네'라는 생각을 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서들이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노는 모습을 확인하면, 감독의 연출에 경의로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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